경신대기근, 조선을 흔들다

김덕진, 『대기근, 조선을 뒤덮다』

by ENA

조선 현종 대 1670년과 1670년 조선을 완전히 뒤덮었던 이른바 ‘경신대기근’을 깊게 파헤친 역사서다.


길게 봐서는 15세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좁게 봐서는 16세기에서 18세기 중반까지를 소빙하기라고 한다. 지구 전체의 평균 기온이 떨어졌으며 이상 기후가 잇따랐던 시기다. 이상 기후로 인해 농작물이 작황이 좋지 못해 기근이 일상화되었고, 이에 따라서 왕조의 교체가 여러 지역에서 이뤄졌다. 조선에서는 왕조 교체 같은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대기근을 면할 수는 없었다. 특히 가장 극심했던 것이 바로 경신대기근이었다.


주기적으로 생기던 가뭄이 1670년이 들어서는 유래업이 수 개월에 걸쳐서 이어졌고, 가뭄이 끝나면서도 홍수가 닥쳤다. 과거에는 이런 상황이 어느 한 지역에 일어나고 다른 지역은 그래도 좀 나아 서로 상쇄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때는 그렇지 않았다. 전국이 가뭄과 홍수로 몸살을 앓았다. 거기에 전염병까지 창궐하면서 피해가 극심했다.


당시 조선의 인구가 5백만 명이 좀 더 되었다는데, 아마도 기아와 돌림병으로 백 만 명 가량이 죽었다고 하니 그 참상은 미뤄짐작할 만하다. 김덕진이 당시의 상황을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를 기본 자료로 삼아 현장을 중개하듯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참상과 더불어 조선 조정의 대응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는데, 서인과 남인의 대립이 여기서도 나타난다. 그리고 국왕이었던 현종이 고심하면서 주로 남인의 손을 들어주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송시열과 송준길을 중심으로 한 서인이 사사건건 현종과 허적을 중심으로 한 남인의 대책에 발목을 잡고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으로 보인다(”특히 송시열은 평소에 왕권을 억누르고 신권을 강화하려 했고, 기근 극복 때에는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지방에 머물며 비판만 일삼고 이경성, 김우명 등 임금 측근과 틈만 나면 물의를 일으켰다. 더군다나 이 무렵부터 현종은 건강이 날로 쇠약해져 자신을 적극 지원하는 세력이 필요했는데 그 세력이 바로 실무형 관료 허적, 남인, 척족이었다.“, 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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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는 전염병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서 읽었지만, 전염병에 관한 장에서도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가 중심이고, 그 전염병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양상이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서술되고 있지 않아서 조금은 실망스럽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이상 기후가 우리나라에도 닥쳐 그런 크나큰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 자체는 달리 그에 대해서 언급은 하고 있지 않지만, 현재의 시점에서도 충분히 교훈을 삼을 일이다.


몇 가지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 중에 하나는, 숙종 때 발행된 상평통보가 상업을 증진시키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현종 때 대기근에 대응하여 국고를 메우기 위한 방도로서 제기되었던 것이 무산되었다가 이후 숙종 때에 와서 발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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