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나 캐헐런,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기자 출신 수재나 캐헐런은 스물네 살 때 조현병 진단을 받고, 정신병원에 강제 수감이 결정되었었다. 하지만 한 사려깊은 의사 덕분에 정신질환이 아니라 ‘자가면역 뇌염’이라는 신체질환을 앓고 있다고 제대로 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고 완치된다. 그녀는 강연에서 이런 경험을 이야기하고 다녔고, 한 의사로부터 ‘로젠한 실험’에 대해 소개받는다.
로젠한 실험은 정신의학을 뿌리부터 흔든 중요한 연구 중 하나다. 1972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으로 지내기”라는 논문에서 온전한 정신과 정신이상을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정신의학 내지는 정신병원의 유용성에 대해서 심각한 비판을 가한다. 스탠퍼드 대학의 교수 데이비드 로젠한은 가짜 환자를 여러 정신병원으로 보내 단 세 마디의 환청이 들린다는 호소만으로 병원에 입원이 결정되었고, 병원에 입원한 이후에는 정상적으로 행동하더라도 의사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음을 폭로한 것이다.
수재나 캐헐런은 아마도 자신의 경험과의 동질적인 느낌을 가지고 로젠한의 연구를 좇는다. 맨 먼저 알아낸 것은 이 연구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로젠한이 이 연구를 시작한 것은 스탠퍼드 대학에서의 일이 아니었다. 1969년 스워스모어 대학에 재직하고 있었던 로젠한이 학생들에게 제안했던 실습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학생들에게 정신병원 체험을 제안했지만 무산되었고, 대신 자신이 가짜 환자로 병원에 들어갔던 것이다. 말하자면 1호 가짜 환자가 바로 자신이었다. 그때만 해도 정신의학의 뿌리를 흔들겠다는 의식은커녕 자신의 연구가 어떤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논문으로 발표할 거리가 될 지에 대해서도 생각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랬지만 이후로 여덟 명의 가짜 환자가 열두 차례에 걸쳐 신분을 속이고 ‘아주 약간의’ 환자 행세로 병원에 들어갈 수 있음을 보였고, 이를 논문으로 발표하게 된다. 그런데 이를 추적해 간 수재나 캐헐런은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다. 로젠한이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한 이후로 후속 연구를 하지도 않고 연구 방향을 바꿨다는 점, 이 연구와 관련해서 책을 쓰기로 계약까지 하고, 몇 챕터를 완성해놓고는 끝까지 완성하지 않고 소송까지 당했다는 점 등이 의심의 실마리였다. 또한 가짜 환자의 정체에 대해서 끝까지 함구한 점도 이해가 가면서도 의심이 가는 대목이었다. 로젠한 연구의 중요성과 정신의학의 문제점,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바를 이야기할 것으로 예상했던 책의 전개는 이렇게 조금씩 변하게 된다.
수재나 캐헐런이 로젠한의 행적을 쫓고, 그의 연구의 실제 모습을 캐면서 나온 것은 어쩌면 충격적인 것이었다. 몇 가지 의심 가는 점이 있었다. 로젠한은 자신의 경험을 과장해서 소개했다. 단순히 몇 마디의 환청이 들린다고만 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행세한 대로만 한다면 지금도 정신 병원에 입원시킬 것이었다. 캐헐런은 가짜 환자 한 명을 찾아내긴 한다. 하지만 그의 증언은 논문의 것과도 로젠한의 기록과도 좀 다른 것이었다. 그리고 논문에 포함시키지 않은(지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홉 번째 가짜 환자도 찾아냈다. 그런데 그의 경험 역시 로젠한의 기록과는 달랐다. 그의 경험은 논문의 취지와는 달랐던 것이다. 그의 케이스를 넣은 채로 작성했던 초안과 그것을 빼고 작성한 최종 원고의 데이터 수치가 똑같았다는 점도 이상했다. 로젠한이 뭔가 데이터를 손봤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더욱 이상한 것은 다른 환자들을 찾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후보들이 있었지만, 모든 점이 맞는 이는 없었고, 직접 문의를 하더라도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결국 캐헐런은 앞의 두 환자(그것도 한 명은 논문에서 제외한 환자) 말고는 다른 가짜 환자를 찾아낼 수 없었다. 그러면서 로젠한의 면모에 대해서도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가 매우 매력적인 인물이었고, 강의를 매우 뛰어나게 하는 교수였지만, 매우 다면적인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연구자라기보다는 이야기꾼의 면모가 많았다고 이야기하는 이도 많았다. 어쩌면 <사이언스> 논문도 그런 이야기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한 연구자는 로젠한이 <사이언스>에 논문을 낸 것은 “임상심리학 분야 최고 권위자들의 검토를 피하기 위한 술책이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진실은 모른다. 로젠한의 연구는 정신의학의 발전, 혹은 방향 전환을 이끈 것만큼은 사실이다. 어쨌든 그의 연구가 의미하는 바를 정신의학에서 상당 부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시의 정신의학이 분명한 진단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이른바 ‘편람’이라고 부르는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의 개정을 이끌기도 했다. 이후로 정신의학은 많이 바뀌기도 했지만, 그게 모두 좋은 방향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저자도 확신하지 못한다. 하지만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고, 앞으로 기대할 부분이 많다는 것은 인정한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이 책의 원제는 “The Great Pretender”다. 이를 “위대한 행세자”로 번역하고 있는데, 데이비드 로젠한을 일컫는 말이다. 저자는 로젠한의 연구가 온전히 진실된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렇자면 그의 ‘그런 척 한(pretending)’ 논문을 완전히 부정할 수 있는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을 보류한다. 다른 연구자들도 그런 것 같다. 사실 로젠한의 연구는 현재 기분으로는 연구윤리위원회의 허가를 받지 못할 연구다. 그러니 출판도 거의 될 수 없는 연구임에는 분명하다(비슷한 시기에 행해진, 스탠퍼드의 다른 심리학 연구들, 이를테면 짐바르도의 연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이 연구를 깊게 따져 봐야 한다. 그런 게 로젠한의 연구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