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지만, 그렇지 않아

클레어 키건, 『이토록 사소한 것들』

by ENA

제목을 보고 아다니아 쉬블리의 『사소한 일』과 헷갈렸다. 그래서 내가 읽은 소설이려니 생각했는데, 아니다. 『사소한 일』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상황인데, 이건 아일랜드의 이야기다. 클레어 키건의 『이토록 사소한 것들』이라는 제목이 반어적이라는 것은 아다니아 쉬블리의 소설을 두고도 미루어짐작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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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이다(작가 소개에서는 이 소설이 ‘역대 부커상 수상 후보에 오른 가장 짧은 소설’이라고 했다). 단숨에 읽을 수 있으려니 했다. 그런데 몇 장을 읽고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라지는 독서 호흡을 가끔씩 다독여야 했다. 저자나 옮긴이나 두 번은 읽어야 한다고 했지만, 아직 그러지는 못했다.


소설은 18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이어진 ‘막달레나 세탁소’의 잔혹 행위를 고발하고 있다. 가톨릭 수녀회가 운영한 이 세탁소는 아일랜드 정부의 협조 하에 ‘타락한 여성’들을 수용한다는 명분으로 세워졌다. 성매매 여성, 혼외 임신 여성, 고아, 학대 피해자, 정신 이상자, 성적으로 방종하다는 평판이 있는 여성을 수용했다. 심지어는 아름다워서 남자들을 타락시킬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여성까지도 교회의 묵인하에 수용했다고 한다. 수녀회는 지역 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외부와 차단된 담 안에서 고된 노동과 학대가 저질러져도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거의 없었다. 정부의 협조도 있었고, 교회의 묵인도 한몫했다.


클레어 키건이 이 비인간적인 세탁소의 행태를 고발하는 방법은 직접적이지 않다. 뜻밖에도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고 자라서 지금도 고된 노동에 시달리지만 셈이 빠른 아내와 다섯 딸을 건사하며 살아가는 한 남성, 빌 펄롱을 내세운다. 석탄 등을 들여와 도시의 곳곳에 파는 일을 했다. 바쁠 때는 일요일도, 크리스마스 때도 일을 해야 했다. 그는 자신이 이루어나가는 가정에서의 작지만 커다란 행복을 지키고 싶어한다. 그러나 목격하고 만다. 수녀회 내부 세탁소에서 가여운 소녀들의 목소리를 듣고 만다. 고민스럽다. 도와줄 것인지, 외면할 것인지. 아내도, 가까이 지내는 밥집 아주머니도 가만히 있으라 한다(“모든 걸 다 읽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 당연히 조언이다. 그걸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빌 펄롱은 한 소녀를 데리고 나온다. 그 행위 하나가 세탁소의 구조를 무너뜨리지는 못한다. 그는 “저 세탁소를 보라!”며 거리에서 떠들지도 않는다. 그냥 한 소녀의 손을 붙잡고 집으로 데려갈 뿐이다. 정말 사소한 일이다. 그러나 그 작은 행위 하나 때문에 가정의 행복이 조금씩 허물어질지도 모른다.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하면서도 하는 것이다.


모르겠다. 소설은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게 소설의 역할이다. 나의 대답은 선명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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