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직업으로서의 대필작가』
흔히 ‘유령 작가(ghost writer)’라고도 하는 ‘대필 작가’라고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몇 가지 있다. 어둠, 그림자, 자괴감 등등. 별로 긍정적인 단어들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책을 대신 써주는 사람 정도로만 알고 있는 그 직업이 과연 직업으로서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이 책을 냈을 때 자신이 다 썼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분명 그것을 대신 써줬을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런 책이 가치가 있다면 그 일의 가치 역시 존재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일이다.
그렇지만 그 가치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면, 스스로 자신에 대해서도 그리 긍정적이지 않을 거라 예측한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책과 글로 성공 못하고 금전적인 이유 때문에 억지로 하게 된 일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언제나 탈출하려 하지만, 탈출하지 못하고 그곳에 머무르는 이들이 대필 작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 어쩌면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스스로 대필 작가라고 손들고 나서는 일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것은 또한 직업윤리와도 연결되어 있으리라. 어떤 정치인의 책을 자신이 썼다고 한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가 벌어지리라. 우리가 어떤 대필 작가가 있는지, 대필 작가는 어떻게 되는 것이고, 수입은 얼마나 되는 것인지,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 일을 하는지 등을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이재영 작가는 용감하다. 스스로 대필 작가라고 손을 들고 나선 것뿐만 아니라, 그 일에 대해서 느꼈던 자괴감에서부터 긍지(?)까지를 낱낱이 이야기하고 있어서다. 그 일을 하게 된 동기가 ‘돈’이라는 고백은 그냥 솔직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치부일 수도 있으며 또 자신에 대한 자괴감일 수도 있는데, 그걸 당당하게 얘기하는 것도, 그걸 얘기하는 방식도 용감하다.
그런데 이런 고백들은 좀 서글프기도 하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낸 책이 여섯 권이나 되는 엄연한 작가이면서, 가평에서 작은 책방을 하는 ‘책방 언니’이면서 그것으로는 돈벌이가 되지 않아 다른 사람의 책을 대신 써주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재영 작가의 어둠이 아니라 이 업계의 어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필이라는 일도 필요한 일이다. 그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도 아니란 걸 이재영 작가의 글에서 비로소 깨닫는다. 한 사람의 삶을 새로이, 즉 거짓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그런 경우도 없지 않겠지만) 그 사람의 삶과 말을 대신 글로 옮겨주는 것이 대필 작가의 일이고, 그 일은 기술적인 것일 뿐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다가갔을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일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은 비단 이 직업의 일일 분 아니라 모든 일의 근본이기도 하다.
이재영 작가를 응원한다. 비록 그의 이름이 찍혀 나오는 책 중 겨우 일부만을 인식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누군가의 뒤에서 그 사람의 빛나고, 의미 있는 인생을 남들에게 전하고자 애를 쓰는 이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