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러시아 문학에 감격

이즈쓰 도시히코, 『러시아적 인간』

by ENA

19세기 러시아 문학은 존재 자체가 거대한 ‘현상’이다. 읽든, 그저 읽지 않든 우리는 그들의 이름에, 그들의 작품에 압도당한다. 일례로 도스토예프스키라는 작가를 배출한 것만으로도 러시아 민족의 존재 가치가 충분하다고 한 이도 있다. 그뿐인가? 그보다 더 유명한 톨스토이가 있다. 그 뒤에는 체호프가 서 있고, 고리키가 있다. 그들 앞에는 투르게네프, 고골이 있고, 맨 앞에 푸시킨이 있다. 이들 작가와 이들의 작품 세계를 한 번에 파악하는 것은 어쩌면 거의 불가능할 것 같아 보인다. 그럼에도 그런 시도는 해볼 만하다. 적어도 그 작품들에 세례를 받고, 깊이 빠져든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평론가, 학자라면...


이즈쓰 도시히코가 19세기 러시아의 문호들에 대한 책 『러시아적 인간』을 쓴 것은, 1953년 ‘당연히’ 20대 때다. 러시아 문학에 감격했던 시기다. 이들의 세계를 발견하고는 저절로 써졌을 때다. 그 감상과 분석이 나중에 보았을 때 어떠했든 그 젊음의 시각에서 러시아의 문호들의 세계는 감격스러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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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킨, 고골,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체호프 등(나머지 몇몇 작가들도 포함하고 있지만) ‘위대한 19세기적 러시아인들’에 대해 쓰고 있다. 딱 한 명을 제외하고 있는데, 바로 고리키다. 이즈쓰 도시히코는 고리키가 20세기, 러시아의 현대에 속하는 작가라 제외한다고 밝히고 있다. 갸웃거려지면서도 고리키가 ‘소련’, 즉 소비에트와 맺는 관련성을 생각하면 끄덕여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저자는 단순히 위대한 작가 한 명 한 명을 순서대로 호명하고, 작가와 작가의 작품 세계를 분석하고 있지 않다. 형식보다는 작가들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특히 인간에 대해 무엇을 발견하였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형상화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작품마다 다른 세계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작품 전체를 두고 작가와 그의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 19세기의 러시아 작가들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 가운데는 서유럽 쪽으로 기우는 작가도 있었고, 슬라브주의를 내세운 이들도 있었으며, 자연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거기서 미래를 보는 이도 있었고, 자연에 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고 도시의 삶에 대해서만 쓴 이도 있었다. 하지만 공통되는 것은 그들은 전적으로 ‘러시아적인 것’을 썼으며, 그것이 ‘세계적인 것’이 되었다는 점이다.


저자는 타타르에 지배당한 300년에 의해 기원한 러시아적 정신이 성립되었다고 본다. 어둡고 혼란스럽고, 종말론적이다. 감수성 짙은 작가들이 이러한 러시아적 정신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러시아적 작가들은 보여주었다. 러시아적인 것을 넘어서 인간 보편에 대해 성찰하고 문제를 제기하였기에 그들은 영원히 남고 있다.


정말로 도스토예프스키를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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