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간도 해파리처럼 거꾸로 돌릴 수 있을까?

니클라스 브렌보르,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by ENA

투리토프시스 누트리쿨라(Turritopsis nutricula)라는 학명의 작은 해파리가 있다. 손톱만 한 크기라 한다. 이 작은 해파리는 자신에게 불리한 환경이 처하면 우산 모양이던 성체가 꽃병 모양의 폴립(polyp) 단계, 즉 미성체 단계로 돌아가 버린다. 마치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과 같다. 그러다 환경이 나아지면 다시 성장한다. 과거의 기억은 전혀 없는 듯이. 그런데 이런 식의 회춘이 단 한번 일어나는 게 아니라 몇 번이고 되풀이한다.


덴마크의 젊은 과학자 니클라스 브렌보르의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이런 이야기와 함께 시작한다. 물론 제목도 여기서 왔다(원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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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와 노화에 맞선 과학자, 아니 인류의 오랜 탐구를 다룬다. 오래 사는 동물들, 오래 사는 사람들, 반대로 빨리 늙고 죽는 동물들, 죽음을 재촉하는 유전자 산물과 습관들, 요인들. 그리고 노화를 늦출 수 있는 온갖 방법들. 이 이야기들을 경쾌하게 다룬다.


’경쾌함‘이라는 단어는 이 책을 잘 설명한다. 사실 노화라든가 죽음 같은 주제는 가볍지가 않은데 경쾌하게 이것들을 다룬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저자가 아직 젊어서 그런 것일까 싶기도 하다. 하나의 이야기에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발자국이 가볍다. 그것들은 연관시키는 품새가 발랄하다. 그래서 무겁지 않게 읽게 된다. 쉽지 않은 얘기도 적지 않지만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다른 부분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이야기를 몇 파트로 나눴다. 첫 번째는 자연에서 찾은 노화에 관한 이야기다. 오래 사는 생물체들, 오래 사는 사람들, 유전자의 역할 등. 사람들(주로는 과학자들)은 여기서부터 해답을 찾으려 해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연구를 해야 한다.


두 번째 파트가 바로, 이 책의 핵심 ’과학의 성과‘다. 지금까지 밝혀온 노화의 비밀, 혹은 노화에 대한 가설을 펼쳐 놓고 있다. 스트레스, 성장 신호, 산화 물질, 자가포식, 미토콘드리아, 분열하지 않는 세포, 좀비세포라고도 불리는 노화세포, 후성유전학, 피, 면역 등등. 이 가운데서도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미생물(세균과 바이러스 등)이 노화와 맺고 있는 관련성이다. 이른바 마이크로바이옴의 영역이다. 저자는 이 부분을 몇 개의 챕터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나중에라도 다시 읽어봐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이렇게 과학 성과가 많고, 즉 많은 것들이 노화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어느 하나만이 노화에 분명하게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얘기다. 다양한 요인이 어느 정도씩 영향을 주고 있으며, 한 가지 방법만으로 노화를 역전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와도 통한다. 그래서 이야기는 마지막 파트 ’충고‘로 넘어간다.


덜 먹고, 일정 시간대에 먹고, 야채를 많이 먹고,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하고, 운동하고, 많은 사람들과 긍정적인 교류를 하고... 다 아는 얘기다. 상관 관계가 인과 관계가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그런데 이런 얘기가 그저 흘려듣게 되는 ’공자님 말씀‘으로 여겨지지 않게 하는 것이 바로 과학의 힘, 가치다. 물론 과학보다 실천의 문제이기도 하다.


과학적으로도, 읽기의 소재로도, 실천적 방안까지도, 좋은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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