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만무방』
도박과 절도로 전전하며 동생 응오의 집에 무위도식하는, 만무방(뜻 자체가 ’염치가 없이 막돼먹은 사람‘이라는 말이다) 응칠은 응오의 논의 벼가 도둑질당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의심은 그에게 쏟아졌다. 그는 성철을 의심한다. 응칠은 현장을 덮치기 위해 부락에서도 멀리 떨어진 응오의 논 근처에 숨어 밤을 새고, 결국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도둑을 잡는다. 그런데 도둑은 다름 아닌 논 주인 응오였다.
응오는 왜 그러하였을까?
응오는 ’알뜰히 가꾸던‘ 벼가 다 익어도 털지를 않았다. 지주와 빚쟁이에게 다 뺏길 게 분명한 상황이었다.
“한 해 동안 애를 졸이며 홑자식 모양으로 알뜰히 가꾸던 그 벼를 거둬들임은 기쁨이 틀림없었다. 꼭두새벽부터, 엣, 엣, 하며 괴로움을 모른다. 그러나 캄캄하도록 털고 나서 지주에게 도지를 제하고, 장리살을 제하고, 색초를 제하고 보니 남은 것은 등줄기를 흐르는 식은땀이 있을 따름.”
게다가 3년간이나 머슴살이를 하며 얻은 아내는 골골거린다.
“우중충한 방에는 아내의 가쁜 숨소리가 들린다. 색, 색 하다가 아이구, 하고는 까무러지게 콜록거린다. 가래가 치밀어 몹시 괴로운 모양.“
응오도, 누구도 병명을 모른다. 겨우 약을 써보지만 차도는 없다. 폐결핵임에 틀림없다. 김유정이 바로 이 병에 걸려 죽었다.
이런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응오가 택한 방식은 자신의 벼를 몰래 도둑질하는 것이었다. 무지렁이 농민이 자신의 벼를 훔쳐야만 살아갈 수 있는 시대였다. 제정신을 가지고 살아갈 수 없는 시대였다. 가혹하고, 속절없고, 슬픈 시대였다. 해학이라고 하더라도 헛헛한 웃음이 나오는 소설이다.
향토색 짙은 김유정의 단어와 문장은 쉬이 넘어가지 않는다. 불과 100년만인데. 김유정의 언어와 오늘날의 언어가 이리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