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이 전화의 발명자로 인정받은 이유

최성우, 『진실과 거짓의 과학사』

by ENA

최성우의 『진실과 거짓의 과학사』는 상당 부분이 익히 읽어본 내용들이다. 갈릴레이의 피사의 사탑 실험이라든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중얼거림이 실제와 거리가 멀다는 것부터 해서 과학사에서 잘못 알려진 것들과, 증기기관 발명이라든가 미적분 발견 등의 과학사의 우선권 논쟁, 필트다운인 조작 사건이라든가, 황우석 사태 등의 사이비 과학, 혹은 병적인 과학에 관한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이렇게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 많으니 쉽게 읽히지만, 또 무겁게 읽히기도 한다. 그만큼 과학사에서 생각해야 할 내용이 많다는 얘기가 될 것 같다.


그럼에도 미처 잘 알지 못했던 것들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그레이엄 벨의 전화 발명에 관한 것이다. 다른 많은 글과 책에서 벨과 그레이의 전화 발명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데, 대체로 벨이 그레이보다 몇 시간 먼저 특허 출원해서 인정받았다는 식으로 기술한다. 나도 적당히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벨이 특허권자로 인정받은 데는 특허를 몇 시간 먼저 출원했기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당시 미국의 특허법은 선출원주의가 아니라 선발명주의라 먼저 출원하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미국은 2013년에야 선출원주의로 바꿨다. 우리나라도 선출원주의지만 같은 날의 것은 동시에 출원한 것으로 인정한다고 한다). 벨이 특허권자로 인정받은 데는 착상과 실시화에서, 그리고 자신의 발명을 끝까지 상업화하기 위해 노력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레이의 경우는, 더 성능이 좋은 전화를 발명했지만, 그를 후원하던 통신회사 웨스턴 유니언이 전화기를 그저 ‘흥미 있는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다 나중에서 권리를 주장하며 법정 싸움을 벌였다.


어떤 것의 최초 발명자라는 것은 애매한 경우가 많다(대표적인 전구 발명에서 에디슨 같은 경우). 어느 시점을 최초로 볼 것인지는 보기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다. 세상이 최초로 인정하는 경우는 벨이나 에디슨처럼 발명을 널리 알리고, 개선하고, 상업화하는 데 공을 세운 사람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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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 많다고는 했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들도 많을 것 같다.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서 알고 싶거나, 혹은 과학의 자세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다고 한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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