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의견이 아니라 '다른' 의견

강남규, 박권일, 신혜림, 이재훈, 장혜영, 정주식, 『최소한의 시민』

by ENA

‘시민’이라는 말을 참 좋아했다. ‘국민’은 위압적으로 느껴졌고, 오랫동안 가슴에 담고, 또 써왔던 ‘민중’이란 말도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다. 그래서 찾은 말이 ‘시민’이었는데... 누군가 그 말을 앞에 말을 붙여가며 범위를 한정짓는 바람에(나는 그의 ‘동료’가 아닌 까닭에) 갑자기 정파적인 호칭이 되어 버렸다(그런데 최근에는 다시 그 표현이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최소한의’ 시민이라니... 내가 그의 동료가 아니었기에, 그것을 포괄하는 용어마저 거부해야 하는지 고민했는데,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시민이라면 갖춰야할 최소한의 조건, 내지는 의무를 의미할까?(그런 거라면, 그게 합당한 거라면 그런 조건과 의무 정도는 기꺼이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 ‘시민’이란 그런 거니까) 아니면 어떤 시민들이 있는데, 그중 시민으로서 자격이 있는 이들이 있다는 의미일까?(이건 받아들일 수 없다. 그걸 정하는 건 누구일까에 관한 의문부터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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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저자는 아무도 자신들이 낸 책의 제목에 대해선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하지만 충분히 짐작할 수는 있다. 시민으로서 이 사회에 대해 생각하는 것,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런 생각과 행동이 과연 무엇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게 말하자면, 이 시대, 이 사회의 시민으로서 ‘최소한’의 역할, 자격, 의무 등을 의미하는 것일 게다.

좀 헷갈리긴 했다. 저자 여섯 명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먼저 복원해야 할 것으로 토론을 들고, 그 토론을 통해 시민으로서의 자격과 역할을 이해하고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는데, 거의 모든 글은 한 사람의 이름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글의 앞에는 몇 사람의 말이 언급되고 있긴 하지만 그걸 토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빈약했다. 그래서 이게 토론의 발제문일까? 아니면 토론의 결과물일까? 궁금했고, 좀 헷갈렸다. 사실 어떤 것이라도 좋긴 하지만, 그래도 이 글이 나온 과정은 알고 싶었다. 그 궁금증은 <나가며>에서 풀리긴 했다. 토론을 통해 나온 여럿의 생각을, 그리고 토론을 통해 성장한 관점을 한 사람이 정리한 거란다.

여러 지금, 우리 사회의 단면들을 다루고 있다. 단면이라고는 했지만, 그 단면들은 모두 모여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국면을 이루고 있다. 그것은 이야기의 방향이 거의 비슷하게 모인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소수자에 대한 문제는 드라마 <우영우>를 보더라도, 정치인 이준석의 말을 분석하더라도, 동성애자 관련 법안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늘 모일 수밖에 없다. 그것 말고도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편협함과 파편화 등은 단면 속에서 늘 발견되는 총체적 국면이다.

특히 인상 깊게 읽은 것은 ‘소비자주의’에 관한 내용들이다. 우리가 지불했으니까 그만한 대가를 바란다는, 일면 매우 공정하고 합리적인 의식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이색하게 만들고, 편협하게 만들고, 폭력적으로 만드는지를 저자들은 여러 차례 언급한다. 학교에서의 문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문제, 도서관에 관한 문제 등등 거의 모든 사안에서 소비자주의는 스며들어 있음도 알 수 있다. 지불한 만큼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지불하지 못한 자는 누리지 말라는 배제주의에 다름이 아니다. 공평과 평등의 원칙 가운데, 한쪽을 무시해버리는 처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소비자주의에 나도 적지 않은 부분 물들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나도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의식적으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소 ‘충격적으로’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읽기를 바란다. 아니, 여기의 내용들을 생각하기 바란다. 동의하지 않더라도(나도 여기의 생각과 논의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는다) 토론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틀린’ 의견이 아니라 ‘다른’ 의견이라고 이해하는 자세를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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