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책의 역사

다카미야 도시유키, 『책의 역사』

by ENA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유럽 책의 역사에 관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점과 점을 이어 선을 그려내는 것에 있다”고 했다. 문자 미디어의 탄생 과정, 무엇을 적었는지, 두루마리 책이 양피지 책자본으로 전환되는 과정, 필사자와 필사실의 모습, 활판인쇄술의 영향, 음독과 묵독, 서적 수집가의 출현과 위조 등등을 엮고 있다. 여기에 자신의 경험을 덧붙이고 있다.


KakaoTalk_20240628_085702720.jpg?type=w580



인상 깊은 것은, 점과 점이 이어져 선을 이루는 과정을 단선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파피루스 두루마리에서 양피지 책자본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보면, 아주 오랜 과정에 걸쳐 이루어졌고, 공존하던 시기가 꽤 길었다. 또한 쿠텐베르크의 활판인쇄술 발명 이후에도 필사본이 금방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존재했으며, 오히려 인쇄본을 필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근대 이후에도 중세 취향의 제본이 유행한 것도 그런 예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역사는 복잡하다기보다 다채로운 모습을 띠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책의 본성이 그렇듯.


여기서도 애서가(愛書家)에 대한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책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 이야기는 조금은 우스꽝스런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그런 애서가를 노린 필사본 위작자나 복제자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책을 광적으로 소유하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없었다면, 그래서 오래된 책들의 가격이 높게 매겨지지 않았다면 그런 이들은 없었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저자가 복제자로 이름이 높았던 존 해리스 이야기를 하면서 그의 능력만이 아니라 몇 가지 실수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실수마저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했다니 그의 복제 실력을 칭찬하는 것이기도 하다(여기서 한 가지 추가. 복제자를 facsimilist라고 한다. 그렇다. 바로 팩시밀리. 팩스가 여기서 온 말이다. 원래 ‘닮은 것을 만들어라’라는 ‘fac simile’이라는 라틴어에서 온 말이란다).


책에 관한 책을 읽으면 언제나 흥분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틀린' 의견이 아니라 '다른' 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