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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Sep 12. 2024

수학이 삶을 위로할 수 있을까?

마이클 프레임, 『수학의 위로』

40여 년을 대학에서 수학, 그중에서도 기하학을 가르쳐온 마이클 프레임은 기하학이 비판의 칼끝을 무디게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일까? 수학이 현대 문명의 기초가 된다는 것, 실제 삶에서도 필수불가결하게 필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것을 넘어서서 우리의 감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이 얘기는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자신 있게 하는 걸까?


우선 그가 생각하는 기하학이란 무엇인지부터 보면, 

“좋든 싫든 간에 우리는 기하학에 둘러싸여 있다. 기하학은 우리의 지각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 생각을 여러 범주로 분류한다. 그리고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패턴을 찾도록 도울 수 있다.” (150쪽)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이게 어째서 우리를 슬픔으로부터 위로할 수 있고, 비탄의 깊은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한다는 거지? 저자는 비탄을 특별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영어로는 ‘grief’로 쓰여진 것을 옮긴이는 ‘비탄’으로 옮기고 있는데, 단순한 ‘상실에 대한 깊은 슬픔 혹은 감정적 반응‘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서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저자는 비탄을 슬픔과는 다른 것으로 이해한다. 즉 ’돌이킬 수 없는 상실에 대한 반응‘이다. “상실한 것이 엄청난 감정적 무게를 지녀야 하며, 세상의 초월적인 측면을 덮고 있던 장막을 걷어내야 한다.” 부모님의 죽음과 같은 것에 대한 반응이다. 가까운 이의 죽음은,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엄청난 감정적 무게를 지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비탄을 줄이는 데 수학의 여러 기법과 방법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비탄을 다른 무언가에 투영함으로써 약화시킬 수 있으며, 프랙털을 알고 난 후의 세상이 그 이전과 달라질 수 있는 것처럼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시각을 준다고 한다. 


그런데 저자는 수학, 기하학만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고집하지 않는다. 자신이 평생 그 일을 해왔기에 수학을 통해 비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다른 일, 문학, 미술, 음악, 혹은 다른 과학 분야를 통해서도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는 깊은 슬픔, 즉 비탄에 잠기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어쩌면 이것이 위로가 되는 말이다. 



끝으로 책에서 가장 감동스러운 이야기를 전해본다. 저자가 프랙털기하학 강의에서 마무리해왔던 이야기라고 한다. 헨리 허위츠라는 제너널 일렉트릭의 핵물리학자에 관한 이야기로, 은퇴한 후 프랙털기하학의 문제를 저자와 함께 해결하고자 했다고 한다. 정기적으로 사무실에서 만나 논의했지만, 핵심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다 다른 동료 수학자가 일을 좀 더 빨리 진행시킬 수 없는지 물었다. 


“왜 더 빨리 해야 한다는 거죠?”

“헨리가 말기 암이라고 진단이 나왔거든. 몇 달 못 살 거야.”

“맙소사. 그는 어떻게 하겠대요?”

“진료실에서 나오자마자, 더 빠른 컴퓨터를 샀대.”


최근 나는 책을 내고 몇몇 분들께 서명본을 주면서 똑같은 문구를 써넣고 있다. 간디가 이야기했다고 하지만, 정작은 어디서 온 것인지는 불분명한 문구를 조금 고친 것이다. 


“우리, 영원히 살 것처럼

읽고 공부하기를...“


정말로 그런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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