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진, 『파친코 1』
『파친코』 1권의 제목은 ‘고향’이다. 소설 앞에는 “고향은 이름이자 강력한 말이다.”라는 찰스 디킨스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이 소설이 고향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고향을 잃은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을 의미한다. 고향은 고국으로 확장되어 읽을 수 있다. 나라를 잃고 고향, 혹은 고국 조선, 한반도를 떠나 타국으로 건너간 이들의 처절한 생존의 이야기인 것이다.
소설은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소설에서 주인공들의 몸부림이 역사를 인식하면서 거대한 대의를 따라 움직인 게 아니라 정말로 단지 살아남기 위한 것이었다는, 그러니까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의 특별한 삶을 기록했다는 얘기다.
세기가 바뀌며 나라의 운명이 기울어져 가는 가운데 부산 영도의 나이 든 어부와 아내가 돈을 벌기 위해서 하숙을 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들이 낳은 아들 훈은 언청이에다 한쪽 발이 뒤틀린 기형아였지만, 반듯하게 자랐다. 훈은 가난한 집 막내딸 양진과 결혼하고, 훈과 양진은 부모의 하숙집을 물려받는다. 그들의 아들들은 태어나자마자 죽지만, 정상으로 태어난 딸 선자는 부모의 지극정성으로 살아남았고, 훈과 양진은 사랑으로 키운다.
그런데 선자가 일본에서 건너온 (제주 태생의) 부유한 생선 도매상 한수와 사랑에 빠지고, 그가 유부남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기를 갖게 된다. 선자는 한수의 현지처가 되기를 거부하고, 불행한 처지로 빠지게 될 즈음 결핵에 걸린 목사 이삭이 그를 구원한다. 선자와 선자의 엄마 양진은 이삭을 정성껏 간호하며 살려냈었다. 이삭은 선자를 아내로 맞이하고 형 요셉이 있는 오사카로 건너간다.
일본 오사카에서 아들 노아가 태어난다. 선자와 이삭 사이에서도 모자수가 나온 후 이삭은 신사참배 문제로 경찰에 잡혀가고 말고, 선자와 요셉의 처 경희는 살아남기 위해서 생활 전선에 나서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 그녀를 도운 것은 선자가 오사카로 온 것을 알고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던 한수였다. 한수는 일본의 패망을 예견하며 선자와 경희 일가를 시골로 피신시킨다.
1권의 끝은 일본의 패전으로 끝나고(그 와중에 이삭은 고문 후유증으로 죽고, 요셉은 나가사키에서 원폭 피해를 입는다), 일본에 남겨진 선자와 경희, 선자의 아들이지만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노아와 모자수, 그리고 경희를 사모하는 한수의 부하 김창호가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이야기를 예고하며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