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파리네티, 『세린디피티』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1754년에 영국의 호레이스 월폴이 스리랑카의 옛 이름 세렌딥(Serendip)에서 가져와 만들어낸 말이다. 세렌딥와 세 왕자들이 세계를 여행하며 원래 찾지 않았던 것을 우연히 발견하는 이야기에서 착안해서 실수에 의해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발명하게 되는 것을 가리킨다. BTS의 노래 제목에도 쓰일 만큼 이제는 특별한 용어가 아니다. 실제로 많은 발명과 발견이 이 세렌디피티에 의한 것이다.
사실 제목을 보고, 몇 목차를 훑고 책을 골랐는데, 내용은 조금 예상을 벗어났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을 보다 광범위하게 여겨 세계적으로 성공한, 낯익은 상품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 책이 다루는 것들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그렇다고 실망스럽진 않다. 음식에 이렇게나 세렌디피티에 관해 이야기할 게 많다는 게 신비할 지경이다.
생각해보면 음식만큼 세렌디피티가 많이 적용되는 분야도 드물 것 같다. 새로운 음식은 잘 고안된 계획에 의해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우연히 들어간 재료에 의해 아주 색다른 맛을 내고 인기를 얻는 경우가 흔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수의 미학’으로부터 비롯된 음식의 세계는 비단 유명한 음식뿐만 아니라 오늘도 우리 곁의 식당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음식의 세렌디피티에 관한 책이고, 저자가 세계적인 음식 체인점의 대표임에도 저자는 자신이 직접 이야기를 전하는 형식을 취하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에 대해서 그에 관한 권위자, 혹은 이야기를 잘 전달해줄 만한 사람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다. 자신이 잘 알고 있지 못하는 것도 있어서이지만, 대개는 음식이란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먹을 때 더욱 즐겁고, 맛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형식이기도 하다.
저자가 소개하는 음식은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코카콜라를 비롯해서, 누텔라, 커피, 요거트 등과 같이 낯익은 상품이 있고, 대중화한 음식도 있으며, 특별한 레시피를 가진 고급 음식도 있다. 거기에 와인을 비롯한 술 종류도 포함되어 있다. 기존에 알려진 세렌디피티의 내용이 맞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잘못 알려진 경우도 있으며, 몇 가지의 설이 대립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모든 경우 그 음식의 시작이 처음부터 계획되었던 게 아니라 어떤 우연적 요소가 개입되어 있다(그러니까 세렌디피티겠지만).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우연적 요소가 개입되어 새로운 것이 만들어졌을 때 그것을 포착하는 능력이 있어야 했다. 새로운 시도에 대해 열려있어야 했고, 끈기도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을 널리 알리기 위한 의지도 필요했다. 세렌디피티는 시작만 알려줄 뿐 그 다음의 과정은 절대 우연이 아니란 것을 이 책은 알려준다. 동시에 무한대의 식욕을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