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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Nov 17. 2024

한국인의 조상은 기후 난민

박정재, 『한국인의 기원』

현대 한국인, 혹은 한반도인은 어디로부터 왔을까? 이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인정되오던 바가 있었다. 저 멀리 바이칼호로부터 시베리아, 몽골 고원 등을 거쳐 한반도로 들어온 북방계와 남쪽의 섬으로부터 유입된 남방계가 어우러져 현대 한국인의 조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단일민족이라는 신화에 대한 믿음도 굳건히 유지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 보면 조금은 모순적인 인식인 듯하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 결과를 보면 위의 공고한 인식이 흔들리고 있다. 고인류의 뼈에서 DNA 추출해서 연구한 결과 현대 한국인의 주류는 북방의 라오허(요동)에서 유입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한반도인이 일본으로 건너가 역시 일본인의 주류가 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늘고 있다. 


생물지리학을 전공한 전공인 저자는 최근의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이후 어떻게, 왜 이동했는지, 어떤 경로로 전 세계로 퍼져나갔는지, 그리고 어떻게 한반도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를 추론하고 있다. 학문의 성격상 완전히 증명할 수 없기에 ‘추론’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지 몰라도 상당히 객관적인 증거를 토대로 펼치는 저자의 추론은 상당히 논리적이고 많은 사실들을 설명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저자는 인류의 이동을 추동케 한 가장 주된 원인으로 ‘기후 변화’로 꼽고 있다. 특히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이후 이전의 네안데르탈인 등과는 달리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유일한 호모 속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탐험 정신 때문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고자 하는 처절하고도 능동적인 행동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구의 세차 운동, 북대서양의 열염순환 교란, 적도 태평양 해수면의 온도 변화, 태양의 흑점 수 변화, 화산 폭발, 온실가스 등으로 홀로세 이후 지구상의 기후는 거의 정기적인 변화를 거듭했으며, 그때마다 인류 이동의 물결은 요동쳤다. 추위가 닥칠 때마다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 인류를 이동을 거듭했다. 


한국인의 조상은 서남아시아로부터 남쪽으로 이동하여 순다랜드까지 이른 집단이 따뜻한 날씨에 북상하여 아무르강에 이르렀다가 현재 중국의 랴오허 근방에서 문명을 이룬 이후, 추워진 기후 변화에 대응하여 한반도로 내려오면서 형성되었다고 한다. 만주와 같은 땅에 비하면 한반도는 산지가 많고 매우 좁은 땅이었기에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일부의 수렵 채집인들이 살던 땅에 북방의 농경민이 밀려 들어온 것은 8200년 전(이런 종류의 연구나 문헌에서 이 기준이 1950년이 기준이라는 것은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이었다. 그러나 따뜻해지면서 다시 북상했다가 3200년 전 다시 한반도로 유입이 본격화되었다. 이후로는 기후 변화와 함께 부침을 거듭했다. 이는 전 세례 왕조와 세력들의 부상과 몰락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었다. 모든 것은 기후의 변화에 연동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만큼 매우 연관성이 깊다. 저자는 이렇게 인류의 이동과 부침과 연관 지어 현대 한국인의 조상을 추적하면서 이후의 일본인의 형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연구는 우리에게 어떤 가르침을 줄까? 저자는 5부 ‘기후와 한국인의 미래’에서 현재의 기후 변화가, 특히 한국인에게 어떤 영향을 줄 건인지를 예측하고 있다. 지금의 기후 변화는 과거의 인류 이동을 추동했던 추위가 아니라 기온 상승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여전히 인류의 이동을 불러일으킬 것이 확실하다고 본다. 현재 살기 좋은 위도에 살고 있는 이들은 더워지는 날씨에 북쪽으로 이동을 원할 것이다. 그런데 한반도는 유럽 등의 동일 위도의 지역보다 기후 변화의 영향을 더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런데 현재에도 전 세계의 국가들의 상황은 기후 난민에 대해 매우 배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 더 서늘한 곳을 찾아간다고 한다면 그게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저자는 기후 변화의 속도와 정도를 늦추고 낮춰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이주 문화에 대해 보다 전향적으로 생각하여 타인을 받아들이는 문화를 형성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의 역사를 추적하는 책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현재의 우리를 파악하고, 그릇된 신화를 부정하고, 또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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