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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Aug 22. 2020

통역사로서, 사회인으로서

박소운, 《통역사의 일》

이 책의 내용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내 얘기를 잠깐 해보겠다나는 책을 읽고그 목록을 excel로 기록해둔다저자 이름책 제목출판사읽은 날짜책이 어디서 온 것인지(구매한 것인지도서관에서 대출한 것인지 등등)과 함께 꼭 기록하는 게 있다바로 번역서의 경우 옮긴이의 이름이다그만큼 옮긴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옮긴이를 검색해서 최근에 번역한 책을 찾아 읽기도 한다그 옮긴이의 번역을 좋아한다기보다는 그의 선구안(선책안이라고 해야 하나?)을 더 믿는 편이긴 하지만 말이다정말 매끄러운 번역을 보면(그게 원어로 그런 표현이었는지옮긴이가 잘 옮긴 표현인지는 보면 느낌이 온다다시 표지로 돌아가 옮긴이가 누군지 확인한다책에서 번역은 정말 중요하다.

 

물론 이 책은 번역가라기보다는 통역사의 책이다그 구분이 아주 명확하지는 않고또 저자 역시 번역 일을 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쓰고 있으므로 그냥 퉁 치고 내가 번역가를 존중하듯 통역사에 대해서도 비슷한 경의를 표할 수 있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저자는 선망의 대상이지만존중받지는 못하는 직업이라고 하지만적어도 나는 아니라고도 하고 싶다.

 

직업상 국내외 학회와 심포지엄을 적잖게 참석한다그런 자리의 발표와 질의가 영어로 이뤄지는 경우가 허다한데통역사를 쓰는 경우는 없다많은 이들이 외국 유학 경험이 있거니와과학에 대한 발표가 다소 정형적이다보니 대부분 알아듣는다고 가정하는 것이다그러나 가끔 궁금할 때가 있다나도 발표의 내용을 완벽히 알아듣지 못하는데다른 이들은 얼마나 알아듣고 있을까주요 내용을 잘못 알아듣고 있는 것은 아닐까저 발표자의 미묘한 느낌을 나는다른 사람은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을까궁금해지면서통역사가 있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솔직히 하곤 했다통역사 없는 이 상황은 어쩌면 지적 허영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조금 들면서.

 

저자는 통역사다기자 생활도 했었다저자에게는 통역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 난다그래서 통역사를 업수이 여기거나 잘못 알고 있는 이들에 대해 섭섭하다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않고 버티어 왔다그 자부심은 단순히 영어를 잘 하는 데 대한 것이 아니라소통을 매개하는 직업으로서의 보람에서 오는 것임을 여러 번 강조한다통역사가 굳이 필요할까혹은 전문 분야라 잘 해낼까하는 의구심을 가진 의뢰자에게서 결국은 고맙다는 칭찬을 받아내는 장면들은(물론 거기에는 노력이 필요하다통역사로서의 자부심이 어디에서 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어려움을 토로한다그런데 통역 자체에서 오는 어려움은 심각한 것이 아니다그건 노력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그러나 인간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은 참 쉽지 않다는 것을 이 책에서도 알 수 있다특히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이들 사이의 갈등은어느 직업에서나 존재하지만 참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사실 그런 얘기들을 토로하는 부분에서는 솔직히 걱정이 됐다만약 그들이 이 책을 읽으면 그게 자신에 대한 얘기인 줄 알텐데그 땐 어떻게 될까하는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그런 말을 한 사람은 그 일을 잊었을 가능성이 높다내가 상처를 받은 말은 오래 남는 데 반해상처를 준 말은 잘 기억에 남지 않는 법이니까그런 점에서 늘 조심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대부분 통역사로서 겪은 경험담을 옮긴 책이지만또 전적으로 생활인으로서 살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누구든 자신의 직업에서 이만한 얘기가 없을까 싶기도 하고그런 점에서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어마어마한 성공담은 아니지만그래도 자신의 자리에서 조금씩 성공을 일구어나가는 사회인으로서 그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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