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모,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이정모의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는 최근의 베스트셀러 『찬란한 멸종』의 계열이 아니라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과 『과학이 가르쳐준 것들』을 잇는 책이다. 과학과 시사를 결합하고 있다.
이정모는 ‘과학문해력’을 이야기한다. 내가 종종 이야기하는 21세기의 상식은 ‘과학’이라는 말고 통한다고 본다. 이정모가 이야기하는 과학문해력은 막대한 과학 지식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정신이 아득할 정도로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는 과학의 내용을, 심지어 폭넓게 쫓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게 아니라, 불가능하다. 대신 그렇게 쏟아지는 과학의 내용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는 가능하다. 이정모가 이야기하는 과학문해력은 과학적 사고방식 내지는 과학을 바탕으로 한 세상을 대하는 태도다. 즉, ‘과학의 눈’이다.
여기서 그런 과학의 눈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것은 몇 가지로 나뉜다. 차례대로 보자면 기후 위기와 관련한 멸종의 문제(이것을 확장한 것이 바로 『찬란한 멸종』이다), 과학적 사고 방식에 기초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 지혜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상식. 사실 이렇게 보면 이 책의 내용은 지구에서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들과, 동물과 식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과학적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제일 주목하는 얘기는 과학의 말을 가지고 상식을 호도하는 태도에 대한 비판이다. 언뜻 보면 ‘과학의 눈’과는 어긋나는 말 같지만, 그 과학을 상식을 버리는 것 자체가 과학적인 태도가 아닌 점에서는 전혀 이유배반적이지 않다고 본다.
이정모의 이번 책에서도 공감을 많이 하게 되는데, 가장 공감한 글을 꼽으라면 <11월의 신부와 신랑에게>를 들겠다. 몇 부분만 인용해본다.
“무엇보다 두 분이 서로에게 시간과 공간 그리고 돈을 허락하기를 권합니다. 하루 종일 같이 붙어 있지 마십시오.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즐기기 바랍니다. (중략) 열심히 일해서 많이 버세요. 그래야 편히 각자 쓸 돈이 생깁니다.
신랑은 잘 들으세요. (중략) 허락 받는 것은 포기하십시오. 그냥 용서를 받으세요. 아내는 허락은 잘 안 해줘도 용서는 잘 해줍니다. 사랑은 허락하지 않습니다. 용서합니다.
사랑은 항상 아슬아슬합니다. 그 스릴을 즐기십시오. (중략)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여기에 과학을 들이댈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과학적인 이유로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