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키 라마크리슈난, 『우리는 왜 죽는가』
저자 이름이 왠지 낯이 익다 싶었다. 리보솜의 구조 연구로 2009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강의 때 자주 언급하는 과학자다(이름까지 부르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강의 자료에 얼굴과 이름만은 늘 들어 있다). 흔히 세포 내에서 단백질 합성이 이뤄지는 소기관으로 알려진 리보솜에 관한 연구는 항생제가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중요하다(아울러 내성까지). 그런데 인도 태생의 벤키 라마크리슈난은 영국 왕립학회 회장도 지냈다. 62대 회장이란다. 어느 한 분야에만 인정받는 과학자가 아니란 얘기다.
그런 그가 쓴 책이 노화와 죽음에 관한 책이라니, 조금은 의외긴 하다. 그런데 읽다 보면, 벤키 라마크리슈난이라는 과학자가 과학의 한 분야에서 최고의 성공을 거둔 과학자인 것도 맞지만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또 깊은 통찰력을 지닌 과학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갖가지 노화와 죽음에 관해 현대의 과학이 탐구해 온 과정과 그 결과를 요령 있게 제시하고 있다. 사실 많은 부분이 그 동안의 적지 않은 비슷한 책에서 얘기한 것과 비교해서 굉장히 새로운 것은 없다. 동물들의 수명에 관한 내용에 이어 지금까지 제시되어 온 수명을 결정하는 요인, 특히 생물학적 발견에 관한 내용들을 소개한다. 텔로미어라든가, 후성유전학, 단백질 접힘, 프리온, 열량 제한, 각종 항노화제(예를 들어 메트포민, 시르투인, NMN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노화에 관한 그 동안의 연구를 보면 거의 비슷한 패턴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어떤 한 요인이 수명을 좌우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 발견은 노화나 수명을 의도적으로 연구하면서 이뤄진 것도 있지만, 대체로는 다른 연구를 통해서 거기까지 이른 경우가 많다. 어떤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혹은 어떤 물질을 투입했을 때 예쁜꼬마선충이나 생쥐 등에서 수명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현상을 확인하고 아주 좋은 논문에 발표된다. 언론에서는 대서특필된다. 그런데 그런 현상의 이면에도 부작용이 있다. 수명은 증가했지만, 암 발생이 증가한다든가 하는... 그리고 예쁜꼬마선충이나 생쥐에서 적용된 원리가 인간에게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증명이 되지 않는다. 또는 후속 연구에서는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 같은 것들도 인간에서는 증거가 미미한 경우가 많다. 거의 이런 식의 연구 패턴이 이어진다.
물론 이런 연구들을 통해서 일부 성과를 거두고 향후의 진전을 위한 토대가 된 것은 맞다. 그런데 벤키 라마크리슈난이 지적하는 대목은 좀 다르다. 바로 과학과 상업주의의 관계다. 젊은 피를 수혈받는 부자들, 인체냉동보존술 등의 별로 입증되지 않은 방식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부분적인 연구 성과를 침소봉대해서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태를 비판한다(여기에는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쓴 ‘하버드대 교수’ 싱클레어도 포함된다). 과학은 그것이 다다른 것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학의 성과가 지나치게 상업주의와 결탁했을 때 어떤 폐해가 오는지를 우리는 아직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벤키 라마크리슈난이 인용하고 있는 말처럼, 우리는 과학의 영향을 “단기적으로는 과대평가하고 장기적으로는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벤키 라마크리슈난가 또 한 가지 중요하게 던지는 질문은 과연 우리가 영원히, 또는 아주 오래 살아야 할까?라는 것이다. 그는 나이가 들면 창조성이 떨어진다는 통념에 대해 전적으로 긍정하지 않지만, 모두가 오래 사는 사회에 대해 무조건 찬성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인구 문제, 경제적 활력의 문제, 그리고 삶의 가치에 대한 문제 등등. 물론 우리는 노화에 대한 연구를 멈추지 않을 것이며, 멈춰서도 안된다. 그런데 그 방향이 무엇인지는 분명하게 해야 한다. 노화의 문제를 푼다고 마냥 유토피아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건강하게, 내 삶의 가치를 보다 풍부하게 만들면서 살아가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