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 해킹, 《우연을 길들이다》
현대는 통계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숫자의 범람. 우리는 숫자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런 통계, 혹은 확률이 우리의 세계에 주류로 잡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근대 이후에야 국가적 차원이든, 개인적 차원이든 통계를 통해서 사회를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군대를 위해서, 혹은 세금을 위해서 인구를 조사하고, 인구의 성격을 파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언 해킹은 뉴턴의 역학이 등장하고, 통계에 대한 이론이 이 세상에 등장하여 결정론의 세계관으로 이어지게 된 과정, 그리고 그 결정론을 극복하고 비결정론의 세계관, 즉 우연이 받아들여지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보통 통계나 우연이라고 하면, 수학이나 물리학을 연관시키지만, 여기서는 과학에 관한 설명은 거의 피하면서 통계와 우연에 관한 사회학적 함의, 철학적 여정을 담아내고 있다.
말하자면 통계와 우연에 관한 철학적 연대기다. 하지만 그렇게 이 책을 규정했을 때의 느낌만큼 이 책이 어렵거나 무겁지는 않다. 서로 대립되는 국가나 인물들이 비교되면서 자신들의 관점을 세워나가는 과정이 어쩌면 매우 흥미롭다고 할 정도다. 통계에 대한 영국?프랑스와 독일 사이의 관점의 차이(그게 통계역학의 창시자 맥스웰과 볼츠만의 관점의 차이로도 볼 수 있다), 통계 내지는 확률을 결정론적으로 해석하는지, 아니면 우연적인 것으로 해석하는지에 관한 실제적인 행동의 차이, 정상(혹은 정규분포)의 발견과 더불어 정상에 더 관심을 두는지, 아니면 정상에서 벗어난 이상에 더 관심을 두는지에 대한 뒤르켐과 골턴 사이의 관점의 차이 등등은 이 주제가 지금도 첨예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상은 결정되어 있는가? 아니면 우연이 축적된 결과인가?
우리는 온갖 숫자에 둘러싸여 이 고민을 하고 있지 않는 것 같지만, 언제나 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판단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순간에도 역사를 반복하고, 진동하고 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7828417?OzSrank=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