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기타가와・티머스 레벨, 『다시 쓰는 수학의 역사』
모든 학문의 역사는 단선적이지 않다. 여러 갈래의 흐름이 서로 합쳐졌다 헤어졌다는 반복하면서 큰 흐름이 만들어지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과학의 역사도 그렇다. 수학의 역사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수학의 역사를 기술한 책들이 정말로 그랬는지... 조금 의문이 든다.
이집트와 그리스를 거쳐 근대의 수학 영웅들, 그리고 현대의 수학. 물론 현대로 올수록 수학의 흐름은 여러 갈래로 갈리지만, 과거의 역사는 거의 단선적으로 기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끔 이질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수학은 거의 철저하게 서양의, 남성의 학문이었던 것처럼.
수학사학자 케이트 기타가와와 수학자이자 저널리스트 티머시 레벨은 그건 왜곡된 이야기라고 단정한다. ”수학의 이러저런 기원들에 관한 이야기는 아름다울 정도로 다양하다.“고 한다. 수학의 발전은 선형적이지 않았다.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개념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하고, 서로가 서로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그러면서 수학이 풍부해졌다고 한다. 수학의 역사는 혼란스러웠다.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들이 혼란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수학의 역사 이야기 중 대표적인 것 하나를 들자면 미적분에 관한 것이다.
아이작 뉴턴과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 중 누가 먼저 미적분을 ‘발명’했는지를 두고 국가적 자존심을 두고 다툰 얘기는 유명하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둘이 거의 동시에 각자 독립적으로 발명했다고 결론을 낸다. 그런데 케이트 기타자와와 티머시 레벨은 다른 인물 이야기를 한다. 뉴턴과 라이프니츠와 동시대도 아닌 수백 년 인물인 인도 케랄라에서 활동한 상가마그라마의 마다바. 그는 14세기에 미적분 이론의 핵심 개념을 설명하고 있었고, 후대 수학자들은 이를 갈고닦으면서 발전시켰다. 물론 마다바를 비롯한 케랄라의 수학자들의 미적분이 현대 과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미적분의 역사에서 이들을 제외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여성 수학자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있다.
최초의 여성 수학자는 누구인가? 가장 언급하는 인물은 알렉산드리아의 히파티야(Hypatia)다. 그녀의 비극적인 죽음까지 보태져서 그의 명성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역사 그녀보다 더 먼저 언급해야 하는 인물이 있다. 기원전 45년 경에 태어난 중국 한 나라의 반소가 있고, 알렉산드리아에서 『수학 집성』이란 책을 집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판드로시온이 있다.
그 밖에 많은 편견을 뚫고 수학의 역사에서 반드시 기록되어야 하는, 그렇지만 많은 저자들이 생략하거나 단지 각주로만 처리해온 수학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튀코 브라헤의 누이 소피아 브라헤가 있고(나는 정말 몰랐다), 뉴턴 역학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프랑스에 소개했으며 『프린키피아』를 번역한 에밀리 뒤 샤틀레가 있다. 이탈리아의 라우라 마리아 카테리나 바시, 최초의 여성 수학 교수가 된 소피야 코발렙스카야(그녀가 논문을 제출하면서 이름 대신 쓴 ”아는 것만 말하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라.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라는 문구는 이 책의 첫 머리에 인용하고 있다), 그녀 대신 최초의 여성 수학 교수가 될 뻔했던 이탈리아의 마리아 가에타나 아녜시, 이제는 유명해진 에미 뇌터, 메리 카트라이트, 최초의 여성 필즈상 수상자 마리암 미르자하니, 최초의 여성 아벨상 수상자 캐런 울런벡 등등.
흑인이라는 한계를 극복한 수학자들, 라마누잔과 같은 인도 출신의 수학자 등등도 이 혼란스러우면 아름다운 수학의 역사를 빛낸 인물들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수학의 역사는 지금과 같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들은 ”수학은 릴레이 경기“라고 하고 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해낸 와일스의 예를 들면서 그는 경주의 마지막 구간을 달렸던 것이고, 그에게 바통을 전달해준 많은 수학자가 없었더라면 결승 테이프를 끊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물론 수학의 발전이 이렇게 한 사람 다음, 다른 사람, 또 다른 사람,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것은 아니지만, 앞선 세대, 혹은 다른 지역의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학문적 발전과 노력이 새로운 학문 분야를 만들고 커다란 진전을 가져오는 경우는 숱하게 많다. 그런 의미에서 수학은 릴레이 경주이되, 굉장히 복잡한 연결을 가지면 전개되는 경주라고 볼 수 있다.
솔직하게 수학에 관한 책은 좀 어렵거나, 혹은 너무 쉽거나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많다. 적당한 지점을 잡기가 매우 힘든 분야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 아주 제대로 자리잡고 있다. 익숙함과 새로움, 뻔함과 놀라움 등등 서로 화해하기 힘든 덕목을 놀랍게도 모두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