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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나

아미타브 고시, 『연기와 재』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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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콜카타 출신으로 인도와 미국을 오가며 작가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저자는 19세기 아편전쟁과 관련한 연작 소설 ‘아이비스 3부작’을 쓰기 위해 자료를 연구하면서 아편과 관한 이야기가 너무나도 큰 주제와 관련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아편전쟁과 관련해서는 조금 아는 게 있다고 생각했다. 영국이 중국으로부터 차(茶)를 수입하면서 대량으로 은화가 반출되었는데, 이를 상쇄할 수출품이 없었다. 그래서 영국령이었던 인도에서 재배한 양귀비로부터 아편을 만들어 중국으로 수출(정확히는 밀반입)함으로써 무역 수지를 맞추었다, 아니 더 큰 이익을 얻었다. 이에 중국 청나라 정부는 임칙서를 그 중심지 광저우로 보냈는데, 임칙서를 아편을 수거해서 불태워버렸다. 이를 핑계 삼아 영국은 군대를 보내 전쟁을 일으켰는데, 이에 영국이 승리함으로써 아편중독자가 더욱 중국에서 퍼져나갔고, 홍콩이 100년 동안 영구 차지가 되었다.


내가 대충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다. 여기에 몇몇 부가적인 설명을 덧붙일 있을 뿐이다. 그런데 더 큰 이야기, 즉 17, 18세기부터 벌어졌던 제국주의 세력의 식민지 강탈, 현대 자본주의 성립, 인도의 동부와 서부의 차이, 미국의 유력 가문의 부 형성 등등이 아편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정체성과 가족사와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아미타브 고시는 알게 되었고,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그것을 전하고 있다.


아미타브 고시는 이 책을 통해서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제국주의가 어떻게 아편을 통해서 부를 쌓아올리고, 그 뿐만 아니라 그 사실을 은폐해왔는지를 정교하게 추적하고 있다. 특히 아편전쟁 하면 거의 영국과 중국 사이의 관계만을 떠올리는데, 여기에 인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종종 잊는다. 국가 정책의 도구로 양귀비를 심고, 아편을 정제해서 중국으로 넘기는 데 인도는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인도 동부(캘커타 중심)와 서부(봄베이 중심)가 서로 다른 역할을 맡고, 서로 다른 경로를 걸었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그리고 미국이 국가 형성 초기부터 이 아편 무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그것을 통해 부를 일군 가문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광저우의 영어 명칭인 캔턴이라는 이름이 미국에 그 많은 도시에 붙은 이유다). 물론 그 사실은 은폐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지금의 오피오이드 사태와 다르면서도 비슷한 측면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편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민족성 문제로 비난하면서 생산하고 유통하는 책임에 관해서는 뒤로 빠지는 것이다. 마약은 수요와 공급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물품이 아니다. 전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 19세기 중국의 아편이 그랬듯이.


아편을 통해 제국주의의 실체, 자본주의 형성, 영국과 미국의 가증스러운 두 얼굴, 그 사이에서 인도의 역할과 중국의 문제, 그리고 앞으로의 마약 문제와 기후 위기까지를 포괄하여 보고 있는 무척 의미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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