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교육은 비싸지 않다. 비싼 건 무지다”

피터 버크, 『무지의 역사』

by ENA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 ‘무지’, 즉 알고 있지 않음, 혹은 알려고 하지 않음에 대해서 쓴다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서 토로하고 있다. 지식에 대해 쓰는 게 아니라 지식의 공백에 대해서 쓰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하는... 하지만 본론으로 들어가면 전혀 그런 고민을 했을리 없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이야기는 무궁무진하게 펼쳐지고 있다. 마친 인류의 역사가 마치 무지의 역사인 것처럼.


사실 앞부분의 무지에 관한 정의, 종류, 연구의 역사 등은 별로 흥미가 없다. 이런 나열이 아니라,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그러나 이런 글을 흐름은 6장의 종교의 무지, 7장 과학의 무지, 8장 지리학의 무지에서 흥미를 더해간다(여전히 보다 풍부한 이야기식 서술을 기대하긴 했지만). 그리고 2부에 접어들면서는 무지를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하면서 더없이 재미있고, 교훈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기본적으로는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모른다. 역사는 몰랐기에, 모르는 것을 몰랐기에,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기에 벌어진 수많은 실수와 잘못들로 점철되어 있다. 그것은 어느 분야이건 똑같다. 심지어 과학에서도 말이다.


그리고 무지를 강요하는 경우도 있었다. 알고 있음과 알고 있지 않음이 서로 어긋나면서 벌어진 비극도 많았다. 저자는 이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문제는 권력을 가진 자들은 필요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으며, 지식을 가진 자들은 권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는 말을 여러 차례 쓰고 있다. 이 문장은 책의 마지막 문장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식의 양이 폭증하고 있는 지금은 어떤가? 저자는 오히려 무지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그렇다. 우리가 알아야 할 지식의 양은 증가하고 있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양은 비율적으로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그런 비율적인 면뿐만 아니라 지식의 질도 매우 나빠지고 있다. 어떤 것을 알게 된다면 다른 어떤 것을 우리의 지식의 주머니에서 빠져나와야 할텐데, 우리가 알게 되는 것은 점점 더 파편적이고, 즉흥적인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무지를 경계해야 할까? 저자는 이에 관해 여러 가지를 직접적으로 제시하고 있기도 하고, 암시하고 있는 것도 있다. 우선은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일반적인 얘기가 있다. 늘 옳은 얘기이기 때문에 쉽게 무시할 수 있지만, 역사는 이 무시, 혹은 무지가 가져온 재앙을 늘 기록하고 있다. 또한 무지를 강압적으로, 혹은 은밀하게 강요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 대중의 무지는 권력자에게 자신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 그 결과는 역시 재앙이다.


저자도 인용하고 있는데, 브라질 대통령 후보였던 레오넬 브리졸라의 다음 말은 너무나도 인상적이다.

“교육은 비싸지 않다. 비싼 건 무지다.”




KakaoTalk_20250308_193746459.jpg?type=w580



* * *


그런데, 한 가지 ‘무지’에 대한 비판인 이 책에서 잘못 쓰인 부분도 있다. 사실 책이란 것의 속성상 모든 것이 옳고 완벽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하는데, 그래도 나와 관련된 거라 하나 지적해보면, “코로나바이러스는 박테리아 관점에서 볼 때”라고 쓰고 있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혼동하고 있다. 이것을 혼동할 때 오는 재앙도 무시할 수는 없다. 또 한 가지는 베르킨게토릭스와 카이사르를 바꿔 쓴 부분이 있는데, 아마도 이건 번역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리스 로마 고전에 대한 도발적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