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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고전에 대한 도발적 읽기

메리 비어드, 『고전에 맞서며』

by ENA Mar 07. 2025

고전에 맞선다기보다는 고전에 대한 책에 맞서는 글모음. 

형식적으로는 서평이지만 일반적인 서평을 훨씬 뛰어넘는 통찰이 담겨 있다. 고전, 혹은 고대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게 하고, 무의식적으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지적 게으름을 반성하게 한다. 그러면서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가 그렇게 해석하기가 힘든 책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위대성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도 배웠다. 고대의 유명인에 대한 책이 상상에 기초한 부분이 많다는 것, 그것이 어떤 굳건한 토대를 지니지 않은 소설에 가깝다는 것, 지배자에 대한 사후 평판이 심하게 조작될 수도 있다는 것도 새삼 깨닫는다. 


“대부분의 로마 지배자는 그들이 실제 악마이거나 악마화되었기 때문에 타도 대상으로 몰려 제위를 빼앗긴 것이 아니라 제위를 빼앗겼기 때문에 악마화되었다.” (379쪽)


“고대의 현실은 고대에 대한 정보를 이들 상류층 작가가 남긴 저작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우리가 생각하는 모습과는 많이 다른 것인지도 모른다.” (416쪽)


31편에 달하는 서평들은 약간의 칭찬을 비추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비판적이다. 언어적 문제, 사료 해석의 문제, 지나친 상상력의 문제, 적용의 문제 등등. 메리 비어드는 비판의 날을 멈추지 않는다(“어떤 책의 주장을 다루는 데 나는 적당히 사정을 봐주거나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서평에 그렇게 불만을 가질 수 없을 것 같은 게 너무나도 풍부하고 깊은 고전과 고대에 대한 이해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대상이 되는 책도 무척 꼼꼼하게 읽고 있다. 또한 후기에 밝히고 있듯이 작가의 면전에서 말할 각오가 되지 않은 내용은 글로도 쓰지 않았다(“말로 할 수 없다면, 글로도 쓰지 마라.”). 그만큼 분명하게 쓸 수 있는 내용만 과감히 썼다는 얘기다. 


이 서평들이 놀라운 점이 있다. 보통 서평은 그 책을 읽지 않은 경우 흥미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의 서평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메리 비어드는 대상이 되는 책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그 책이 대상으로 하고 있는 고전, 고대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 대한 흥미로운 글을 읽는 느낌이다. 그것도 잘 들어보지 못한. 그런 의미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이 책의 제목은 역시 ‘고전에 맞서며’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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