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글래드웰, 『티핑 포인트의 설계자들』
말콤 글래드웰이 첫 책 『티핑 포인트』를 낸 게 2000년이라고 한다. 국내에 번역된 건 2004년이었고, 내가 읽은 건 2009년이었다. 사실 그해에 번역되어 나온 『아웃라이어』를 읽다 아무래도 첫 책부터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티핑 포인트』와 『블링크』를 먼저 읽었다. 말콤 글래드웰을 안 게 15년 쯤 된 셈이다. 그 후로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다윗과 골리앗』, 『타인의 해석』, 『어떤 선택의 재검토』, 그리고 이번 『티핑 포인트의 설계자들』까지 그의 책을 (아마도) 전부 읽었다.
말콤 글래드웰의 글은 어떤 명쾌함이 있다. 그의 관찰과 분석, 해석이 옳으냐, 그르냐, 혹은 과하냐, 아니냐 등을 떠나서 주제를 고르고, 그 주제에 맞는 소재를 찾아내고,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관점에서 명쾌하게 써내는 솜씨는 최고다. 그래서 빠져드는 사람이 많다(나를 포함하여).
그런 명쾌함은 용어를 만들어내는 데서도 발휘된다. 그가 처음 만들어내거나, 아니면 책에서 써서 유행시킨 용어들이 많다. ‘티핑 포인트’도 그렇고, ‘아웃라이어’도 그렇고, 『아웃라이어』에서 소개한 ‘1만 시간의 법칙’도 해당된다. 그리고 이번 책에서는 ‘매직 서드’라든가, ‘매직 쿼터’, ‘오버스토리’ 같은 용어들을 만들어내고 소개하고 있다. 이 용어들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규정하고, 글의 목적과 방향을 분명하게 하면서 독자들을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다. 말콤 글래드웰의 능력이다.
원제가 “티핑 포인트의 복수”인 이번 책 『티핑 포인트의 설계자들』(개인적으로 원제가 훨씬 이 책의 내용을 잘 말하고 있고, 또 직관적으로 다가온다고 생각된다)은 『티핑 포인트』에서 다루지 못했던 것을 보완하고 있는 책이 아니다. ‘티핑 포인트’의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주로 부정적인 측면을 분석하면서(부정적인 측면만 분석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현상과 경향을 이용하거나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티핑 포인트, 즉 임계점의 정의대로 대중의 행동이 서서히 변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한꺼번에 변한다는 것을 이 책에서도 보여주고 있는데, 그 예가 은행 강도, 마이애미의 의료보험사기 범죄, 포플러 그로브라고 하는 부자 동네의 비극, 코로나19의 집단 감염 사태, 홀로코스트의 재조명, 동성 결혼, 미국의 오피오이드 위기를 불러일으킨 제약회사 퍼듀의 행태 등이다.
가만 보면 서로 연결점이 없을 것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도 말콤 글래드웰은 이것들을 하나의 줄에 꿴다. 바로 티핑 포인트라는 관점으로. 변화는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한 순간에 일어나고, 그 지점이 어디인지는 사안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30%(매직 서드) 혹은 25%(매직 쿼터) 정도다. 그리고 집단 감염이나 옥시콘틴 과용 전염에서도 그것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다수도 아니고, 일부도 아닌, 극히 제한된 수의 슈퍼전파자라는 것도 밝힌다.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오버스토리(ovestory)가 생겨 그 자장 아래의 모든 행동과 발달에 영향을 미쳐 모두 비슷한 행동을 하게 된다.
말콤 글래드웰은 이런 예들을 잔뜩 분석하고 서로 얽은 후에야 여기서 우리가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를 밝힌다.
“전염에는 분명한 규칙과 경계가 있다. 또한 전염은 오버스토리의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오버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언제나 우리다. 오버스토리는 임계점에 이르렀을 때 크기와 형태가 바뀐다. 그 임계점이 언제, 어디서 나타나는지 우리는 충분히 파악 가능하다. 수많은 사람이 오버스토리를 주도하며, 그들이 누 구인지 파악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전염을 통제하는 데 필요한 도구는 테이블 위에, 바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우리는 부도덕한 사람들이 그 도구를 갖고 휘두르도록 놔둘 수도 있고, 우리 자신의 그걸 들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나는 말콤 글레드웰의 이 분석이 모든 사회적 관계에 적용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러한 상황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이것을 어떻게 파악하고 적용할지에 대해 심각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데서는 동의한다. 요컨대, 우리 스스로 ‘티핑 포인트의 설계자’가 되어야 하고, 그것은 선(善)한 목적에 써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는 그럴 수 있다는 얘기다. 그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