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혁신의 아이디어를 얻는다

크리스티 해밀턴, 《자연에 답이 있다》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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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책이다.

자연을 모방해서 만들어는 물건과 기술에 관한 이야기들은 많다. 그런데도 이 책은 멋진 책이다. 그냥 단순히 어떤 생물이나 자연에서 어떤 물건, 기술이 만들어지고 개발되었는지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자연에 대한 이해와 과학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모방과 혁신의 관계를 다양하면서도 깊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 해밀턴, 그녀가 소개하고 있는 몇 가지 원칙 중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크로그 원칙’이라는 것인데, 덴마크의 생리학자였던 아우구스트 크로그는 1929년 <미국 생리학저널 American Journal of Physiology>에 실은 논문에 “생물학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연구 대상으로 삼기 딱 좋은 동물이 하나 이상 반드시 있다.”라고 썼다. 이것을 ‘크로그 원칙’이라고 하는데, 어쩌면 이 책의 내용을 상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생물학의 다양한 문제’를 넘어서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물론 알고 있는 것도 있지만, 잘 몰랐던 것들이 많다. 대충이라도 알고 있었던 것이라면, 물곰이 극한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것을 이용한 의약품 보존 기술이나 산호나 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건축 재료 개발, 그리고 해파리에서 얻은 녹색형광단백질(GFP)에 관한 이야기 정도다. 녹색형광단백질에 관한 이야기도 이것이 숱한 현대 과학 연구에 이용해온 사례에 대해서는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나도 쓰니까), 여기서 그 자세한 사연과 더불어 내가 알고 있던 활용의 범위보다 더 넓게 응용되고 있다는 것은 새로 알게 되었다.


바닷가재의 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우주 망원경이나 홍합이 바위에 부착되는 것을 보고 개발한 무독성 접착제 같은 얘기, 석류와 전복에서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는 사례는 신기하기까지도 하다. 기린이 그 키에도 불구하고 매끈한 다리를 유지하는 것을 보고 림프부종 압박스타킹을 개발한 얘기는 아내에 대한 남편의 사랑이란 면에서 빙긋이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새가 부딪히지 않는 창문에 관한 아이디어를 거미줄에서 얻은 것이란 이야기는 단순히 인간만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 자연을 모방하는 것만을 소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대표적인 사례만이 아니다. 숱한 사례들이 자세하고, 혹은 스쳐가듯 언급된다.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관찰과 질문이다. 자연과 생물에 대한 호기심 어린 관찰과 왜 그런지에 대한 질문이다. 과학자들은 홍합이 바위에 딱 붙는 것을 관찰하고, 또 왜 그런지를 질문했다. 그리고 그 관찰과 질문에서 과학이 시작되고, 혁신이 이뤄졌다. 과학자들은 혹등고래의 혹을 자세히 관찰했고, 매끈한 지느러미가 아니라 왜 그런 혹이 필요한지에 대해 질문을 했고, 모형을 만들어 실험했다. 그리고 그 질문과 실험은 역시 혁신으로 이어졌다.


또 한 가지 강조해야 할 것은, 많은 경우 애초부터 무엇을 목표로 해서 자연을 관찰하고,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물론 그런 경우가 전혀 없진 않다. 이를테면 압박스타킹 같은 것). (책에서도 이야기하지만) 기초 연구의 중요성과 지원 필요성을 말한다. 그런 연구에 무지막지한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자연에 대한 자세한 관찰과 질문을 던지고, 실험을 해서 원리를 밝히는 데까지라면 말이다. 여기서 나온 성과가 기업이나 국가가 활용하는 것은 또 다른 얘기지만, 우선은 기초 연구가 있어야만 가능한 얘기다.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정말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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