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1만 년의 역사

마크 쿨란스키, 《우유의 역사》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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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쿨란스키라면! 하고 읽게 된다.


그런데 이 <우유의 역사>는 건너뛰게 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바로 레시피. 마크 쿨란스키가 요리사도 했었다는데, 그래서 그런가, 레시피가 자주 등장한다. 우유나 치즈, 버트 등이 들어가는 것들. 주로 근대 이후에서 20세기 초반 것들. 나는 음식 자체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은 읽어도 거의 외계어 같다. 이 부분에 훨씬 흥미를 갖는 이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다른 부분은 역시 쿨란스키! 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를 아우르고(물론 서양 위주라는 것은 함이 없긴 하지만), 거의 전 인류사를 아우르고, 이 주제, 소재에 관한 주변부까지 아우른다. 원래 이것들을 다 머리에 담고 있을 리는 만무하니, 기본적 소양에 철저한 자료 수집이 이런 방대한 지식의 원천일 터이다. 말이 철저한 자료 수집이지,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건 이것저것을 다 모으는 게 아니라, 어떤 목적을 가지고, 특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모으고, 당연히 어디서 찾아야 할지를 알고, 또 그렇게 모은 자료를 정연하게 분류한 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마크 쿨란스키는 그것을 할 줄 안다. 능력이랄까? 성실함이랄까?


우유의 역사라고 할 때부터 뭔가 할 말이 많겠다 싶었다. 우유만 아니라 우유로 만드는 많은, 다른 것들에 대해서까지 다루니 방대할 수밖에 없다. 지역마다 우유를 얻는 원천이 다르고, 그 우유를 이용하는 방식이 다르니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런 방식과 인식들의 변천까지도 다룬다(과거에는 그리스나 로마인들이 북유럽 사람들이 우유를 먹는 것을 미개하다고 했고, 몽골에서 우유를 발효시킨 것을 먹는 것을 야만적이라고 했다. “몽골인들이 말 젓을 마시면 말 젖을 마시는 건 야만 행위가 됐다.”). 이게 1부의 “우유와 유제품의 역사”에서 다루는 이야기다.


그러고는 2부와 3부에서는 우유에 관한 여러 논란에 대해 다룬다. 우유가 언제나 지금처럼 ‘완전제품’이라고 칭송받았던 것은 아니다(물론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모유가 좋다는 것도, 왔다갔다 했다. 어떤 동물의 우유가 더 좋은지에 대해서도 시대별로 변해왔다. 성분도 그렇다. 이를테면 지금은 무지방 우유가 광고의 문구가 되지만 과거에는 지방이 없으면 나쁜 우유였다. 모유와 다르다는 이유로.


우유는 미생물학과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파스퇴르의 ‘세균병인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물론 와인이었지만, 우유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저온살균법에 관한 논란은 우리나라에서보다 먼저 미국을 비롯한 서양에서 들끓었다(9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저온살균법 논란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른바 ‘우유 병’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소가 독이 든 풀을 뜯어먹고 그게 우유에 들어가 사람들이 병에 걸리고, 심지어 죽기도 했었다. 이런 문제와 논란들에 동물 복지 등과 관련한 문제들로 마크 쿨란스키는 ‘역사상 가장 논란이 많은 음식’이라고 쓰고 있다.


사실 성인이 우유를 먹는 것은 그다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한국인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성인은 젖당을 분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유의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한다. 이게 정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도 우유를 마신다. 또 우유로 만든 치즈를 먹고, 버터를 빵에 바른다. 우유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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