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마샬, 《지리의 힘 3》
1권, 2권을 읽었으니 3권은 당연하지, 하는 생각으로 읽었다. 지리, 아니 지정학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지만 팀 마샬의 <지리의 힘>은 가장 시사적인 책이라 생각한다. 이론이나 역사가 아니라 지금의 정세를 지리와 관련해서 풀어내는 책을 쓴다는 얘기다. 그래서 고민 없이 고르고 읽었는데...
우주에 대해서 이야기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못했다. 2권이 나온 이후의 세계 정세의 변화를 얘기하지 않을까 생각하지 않았을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그런데 우주라니! 예상 밖이다.
일단은 우주가 지리인가? 하는 의문부터 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근대 시기의 유럽인들이 자신들이 알지 못하던 세계에 대한 도전이 현대의 지리를 만들었듯이 현재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지구 밖 세계에 대한 도전이 미래의 지리를 만들 거라는 점에서, 우주를 ‘지리적 장소’를 바라봐야 한다는 팀 마샬에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여행하는 데 적합한 통로가 있고, 주요 자연자산이 매장된 구역이 있고, 개발할 수 있는 부지가 있고, 동시에 회피해야 할 위험 요소 등을 갖추고 있는 장소”). 그리고 우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지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지상의 국가들이 우주를 향한 진출, 그리고 경쟁을 다루면서 중국을 맨 앞에 내세워서 설명하는 것은 정말 의미심장하다. 구(舊) 소련의 스푸트니크호 쇼크, 가가린의 우주 비행 이후 충격을 받았던 미국이 정신을 차리고 나선 이후로 미국이 우주 경쟁에서 한참 앞선 선두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팀 마샬이 이 책에서 중국을 더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중국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그의 말 대로 우주를 향한 사업에서 ‘리더’가 되려고 한다. 그만큼 투자하고 있고, 또 성과도 내고 있다. 그냥 어렴풋이 뉴스로 간간이 전해 듣던 중국의 (우주와 관련한) 부상이 실제로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된다.
3대 강국, 즉 미국, 중국, 러시아만이 아니라 우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여러 국가와 지역을 소개하고 있다. 잠깐 러시아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팀 마샬은 러시아에 대해 “땅에서도 우주에서도 전성기는 지났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 표현이나 러시아의 상황이 우주와 지상에서의 국력이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유럽의 다른 국가들을 비롯해 아시아, 아프리카의 국가들이 우주로 진출하고자 여러 가지 방도를 구상하고 실천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도 언급된다. “우주국가 대열에 합류”했다고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는데, 오히려 북한에 대해 더 길게 서술하고 있는 점에 눈에 띈다. 기술적으로 떨어질지 모르지만 더 많은 뉴스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북한이 관심을 받고 있는 것만큼 사실인 듯하다.
몇 국가가 눈에 띄는데, 미중러를 잇는 우주국가가 어쩌면 인도일 수 있다는 지적이 그렇고, 다른 국가들과는 반대 방향으로 위성을 발사할 수밖에 없는 이스라엘의 사정도 눈에 띈다. 북한의 사례에서 보듯이 위성 발사는 미사일과 동일한 것인데, 다른 국가들처럼 지구 자전 방향으로 로켓을 쏘아 올리면 대립하고 있는 중동의 아랍 국가들을 향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란다. 이스라엘의 위성 발사체 연구가 전혀 군사적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실제 공격도 아닌데 미리 공격을 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는 것은 곤란할 것이다. 그리고 아랍에미리트가 미래의 먹거리를 위해 위성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다(자동차가 말이 없어져서 타기 시작한 게 아니란 걸 가장 잘 이해하는 국가가 바로 아랍에미리트다).
앞서도 얘기했듯이, 이제는 우주에서의 일은 지상에서의 일과 아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군대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은 당연히 우주에서 관찰해야 하는 것이고, 하다못해 네비게이션도 지상의 일이지만, 우주의 인공위성이 없으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팀 마샬은 지금 우주는 사실상 무법지대라고 쓰고 있다. 여러 국가들이 경쟁하면서 몇 가지 규칙은 만들어졌지만, 강제성이 없다. 지상의 국제법도 그렇지만 우주에서의 국제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그래서 책의 뒷부분에는 우주에서의 갈등 상황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법, 혹은 규칙이 정해지더라도 그건 각국의 의지에 따른 것이지, 모두가 준수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우주다. 마치 대항해 시대의 유럽이 그랬듯이 말이다.
우주는 이제 현실이 되었다. 일론 머스크, 제프 베조스가 아니더라도 달과 화성에 인간이 거주하게 되리라는 것은 시간 문제가 될 것이다. 우주가 실제적인 지리가 될 것이다. 우주에 관심을 가지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로 경쟁에 뛰어들어야만 하는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을 이 책을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