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사연들

장인용, 《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

by ENA
KakaoTalk_20250515_213216238.jpg


단어의 의미, 유래 등에 관한 책을 좋아한다. 이 책에 대한 광고 문구처럼 어휘력을 늘리고, 말과 글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냥 재미있다. 우리말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쓰여 왔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이 즐겁다. 그것은 우리 의식의 변화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말의 쓰임에 관한 몇 가지 지식도 얻는다.


장인용의 《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도 우리말의 의미, 유래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다른 책들과 형식이나 전체적인 내용이 다르지는 않다. 그런데, 몇 가지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첫 번째는 중국어에 관한 언급이다. 그냥 한자가 아니라 중국어 말이다. 우리가 오랫동안 한자의 영향을 받아왔으니 한자로 된 말이 많다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렇게 들어온 말이 한자였는지, 아니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말의 원형을 추적해 보면 전혀 다른 음가를 갖는 경우에, 중국어의 발음 때문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읽었다.


두 번째는, 첫 번째 것과 조금은 연관이 있는데, 장인용은 말의 변화에 상당히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단지 말의 모양새의 변화가 아니라 의미의 변화를 많이 언급하고 있다. 말의 형태가 조금 바뀌면서 아예 뜻이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테면, ‘가엾다’는 ‘가없다’가 변한 말인데, ‘가장자리가 없다’란 뜻이 ‘불쌍하다’란 뜻으로 변한 것이다. ‘형편없다’도 ‘형편’만 쓸 때와는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밥맛 없다’도 마찬가지다. 이런 말들이 많다.


저자는 말의 변화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이다. 말을 원래대로 쓰는 것보다 말을 쓰는 사람들이 쓰는 바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 말의 유래나 변해온 상황을 알면 보다 풍부하게 쓸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용어가 근대 이후, 특히 일본에서 많이 건너왔는데 이에 대해서도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다.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일본어를 쓰는 것이 지양해야 한다고 하지만, 중국과 일본이 서구의 용어를 번역해서 한자말로 만들어냄으로써 우리가 고생스럽게 서구의 개념을 우리말로 만드는 데 고생을 덜했다는 투로 받아들이고 있다. 너무 고지식하지도 않고, 너무 흐물거리지도 않는다. 다만 요새는 학술 용어들을 그저 원어대로 쓰려고 하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는 조금 반대의 입장이다. 초심자들이 그 용어를 직관적으로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번역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한두 가지 아쉬움은 남는다. 한 가지는 현재 과학 용어가, 특히 화학 용어나 해부학 용어 등이 우리말로 많이 바꾸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는 것 같고, 중국이나 일본에서 온 말, 혹은 그곳을 거쳐온 말에 대해서는 많이 언급하고 있지만, 현대에 들어 서양에서 직접 들어와서 우리말이 된 말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이 없다. 아쉬움이지만, 책 한 권에서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없다는 걸 안다. 단정한 글에 우리 말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사랑을 담아, 저자의 심성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제 우주가 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