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원, 《종의 기원》 (한길사)
네 번째 《종의 기원》이다.
아주 젊었을 때 범우사판, 4년 전 신현철 역주의 소명출판사판, 그리고 작년 장대익 교수가 옮긴 사이언스북스판에 이은 것이다(번역되어 나온 순서로는 소명 출판사나 사이언스북스에서 나온 번역본보다 먼저다. 그런 의미에서 장대익 교수가 옮긴 《종의 기원》을 두고 ”드디어 한국에서 진화생물학이 가능해졌다“는 식의 평가를 한 최재천 교수의 말은 지나친 표현이었다).
번역의 충실도 같은 것은 평가할 입장은 되지 못하지만 각 번역본은 특징은 대체로 파악할 수 있다. 한길사에서 나온 이 《종의 기원》은 번역자(김관선)이 앞에 붙인 해제가 가장 인상적이다. 《종의 기원》의 의미를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쓰면서도 깊이를 가지고 있어 《종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준다. 그리고 아주 현대적인 문구가 아니면서도 약 숙한 용어와 문장 구조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은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는 매끄럽다.
이번에 다시 《종의 기원》을 읽으면서는 다원이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를 주장하는 데 있어 서술의 구조가 더 많이 들어왔다. 자신의 이론을 펼치는 데 있어 조심스러워하면서 솔직하게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부분을 인정하고 있고, 어떤 점이 의심스러운지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그런 조심스러움과 더불어 증거를 통해 자신의 이론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는 자신감('어떠한 어려운 사례도 내 이론을 겪지는 못한다.", 274쪽) 역시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의심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논증, 그리고 확신으로 이어지는 선(線)이 더 많이 들어온다.
또한 감성적인 문장들이 많이 눈에 들어왔는데, 다음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위대한 '생명의 나무'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들은 죽고 잘라진 가지로 땅바닥을 덮고 더욱 다양하고 아름다운 가지를 뻗어 지구를 덮을 것이다." (166쪽)
"많은 종류의 식물이 뒤엉켜 있고 덤불에서는 새들이 노래하며 갖가지 곤충이 날아다니고 축축한 땅에는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강기슭" (503쪽)
그래서 읽을 때마다 다윈과 다윈의 이론에서 새로운 면모를 계속 찾아낼 수 있다. 다윈의 논증 구조의 치밀함도 더욱 선명하게 파악되고, 그가 글쟁이였다는 것도 인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