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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Sep 11. 2020

'콜럼버스의 교환'

엘프리드 W. 크로스비, 《콜럼버스가 바꾼 세계》

내 앞에는 두 권의 책이 놓여 있다.

엘프리드 크로스비의 콜럼버스가 바꾼 세계와 황상익의 콜럼버스의 교환표지에 적힌 우리말 제목은 황상익 교수의 책이 콜럼버스의 교환이지만원래 이 제목의 주인은 엘프리드 크로스비다콜럼버스가 바꾼 세계의 원제가 바로 콜럼버스의 교환’, 즉 ‘Columbian Exchange’이다.


콜럼버스의 교환이라는 용어는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이래 유라시아 대륙(구세계)과 아메리카 대륙(신세계사이에 이루어진 광범위한 교류를 의미하는 말로이제는 완전히 보편적인 용어가 되었다바로 1972년에 처음 출판된 크로스비의 저서에서 처음 썼던 말로천연두와 홍역말과 소양과 같은 가축이 유럽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전파된 반면매독과 같은 질병과 옥수수감자고구마와 같은 식물이 아메리카에서 유럽과 아시아로 전파되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상황을 말한다.


엘프리드 크로스비가 쓴 콜럼버스가 바꾼 세계는 이른바 환경사를 개척한 저서로 일컬어진다기존의 가치관이 마구 흔들리고 바뀌어가던 1960년대 말에 쓴 원고는 여러 출판사로부터 외면당했고출판된 이후에도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고주목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비판 위주였다그만큼 낯설었고또 정치적으로도 오해를 받았다(다른 오해가 아니라 유럽중심주의혹은 제국주의적 시각이라는 오해였다). 정치 과잉의 시대에 오히려 환경생물학에 중심을 둔 역사 서술이 그다지 호평을 받지 못했던 것은 당연했다물론 크로스비는 콜럼버스가 바꾼 세계에서의 시각을 조금씩 수정했고또 매독에 대해 과도한 의미 부여에 대해 후회를 하며 새로 쓴다면 설탕이나 커피 등에 대해 더 집중했을 거라고 했다고 한다.


지금 읽어보면 콜럼버스가 바꾼 세계는 매우 투박하다천연두가 아메리카 대륙의 점령해 간 상황에 대해서 매우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는데그와 짝을 맞추려는 듯 매독이 유럽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과도하게 강조하고 있다그런데 천연두가 아메리카 대륙에 미친 영향과 매독이 유럽에 미친 영향을 비교가 할 수 없다압도적으로 비대칭적인 영향을 기계적으로 맞추려했던 셈이다또한 동식물의 상호 전파에 대해서도 그렇다그에 관해서라면 비대칭성이 역전되는데그 역시 어느 정도는 저울을 맞추려 한 노력이 보인다아마도 상호’ 영향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고자 했던 것이라고 이해는 하지만현재의 관점에서는 비판받을 수 있다그래서 사실은 교환(exchange)’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물론 그는 나중에 그런 관점을 버렸다고 하지만.


 그러나 크로스비의 이 책은 역사적으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이 책이 얼마만큼 정교한가혹은 역사를 정당하게 해석했는가보다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역사학자들이 영향을 받고 환경사나 생물학적 관점에서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중요하다그를 따른다는 입장에서 더 넓고 깊은 연구를 한 학자들이 있으며그를 극복한다는 입장에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면서 독창적인 연구한 학자들이 있다그들이 모두 스스로 크로스비에게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지는 않겠지만선구자로서의 크로스비의 영향은 무시할 수가 없을 것이다.(그 영향으로 나온 책 중 가장 유명한 게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가 아닐까 싶다이 책의 옮긴이 해제에서는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아마도 다이아몬드가 역사학자가 아니라서 그런가 싶다내 추측이다.)


크로스비의 이 책의 말미에 보통의 서로 다른 두 생물의 세계가 만났을 때유전자 풀이 풍부해지는 것과는 달리 콜럼버스의 교환이 오히려 빈약해진 유전자 풀이라는 변화를 남겨주었다고 비판하고 있다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는 콜럼버스의 교환이 여전히 비대칭적이라는 얘기다서로 만나서 풍성해지는 결과를 낳지 못하고한쪽이 다른 쪽을 지배하고말살하는 관계가 빈번하다는 것이다우리는 콜럼버스의 시대로부터 별로 멀리 떠나오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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