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익, 《콜럼버스의 교환》
실제 ‘콜럼버스의 교환’과는 거의 관련이 많지 않지만, 바로 그 제목을 단 황상익 교수의 《콜럼버스의 교환》은 의학의 발전 과정과 우리나라의 근대 의료 도입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 권의 책이지만 두 가지의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질적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셈이다. EBS의 강연을 책으로 만든 것이라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에서는 고대, 중세의 의학에 대한 내용부터 다루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 인상 깊지가 않다. 대신 근대 의학의 발전 과정을 매우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 깊다. 여러 책을 통해서 산만하게, 정리되지 않은 지식이 명료해지는 느낌이다. 강연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우선 근대 의학의 시작은 우리 몸이 정말 어떻게 생겼나를 아는 것이었다. 갈레노스의 의학은 인체 해부에 기초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 갈레노스의 의학을 뒤집은 것이 바로 1543년 베살리우스의 《인체의 구조에 대하여》였다.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 운동에 관하여》와 같은 해에 나온 베살리우스의 해부학이야말로 근대 의학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다음은, 그렇다면 그러한 인체 구조의 기능은 어떤 것인가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바로 생리학이다. 인체의 구조가 다양하니 그 하나하나의 구조의 생리에 대한 연구가 있었고, 따라서 많은 이들이 그에 관여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꼽는 이는 바로 혈액의 순환 운동을 밝힌 윌리엄 하비다(윌리엄 하비의 《동물의 심장과 혈액의 운동에 관하여》, 1628년). 그러한 생리학의 등장과 발달과 함께 질병관도 바뀌게 되는데, 즉 ‘환자’보다 ‘질병’에 더 집중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생긴 것이다. 그런 질병관의 변화는 질병을 분류하고, 그 원인을 찾게 된 계기가 되었다.
구조의 기능을 밝혔다면 다음 차례는 질병이 어디서 생기는지에 대한 연구가 될 것이다. 즉, 질병의 ‘장소’에 대한 학문이 되는 셈인데, 이전의 체액설 같은 경우에는 질병의 ‘장소’가 아니라, 체액 사이의 균형과 조화를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반니 모르가니의 《질병의 장소와 원인에 대하여》, 1762년)를 기점으로 하는 해부병리학은 질병이 인체의 어느 기관이 잘못 되어 생기는 것인지를 탐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한 병리학의 발전은 마리 프랑수아 비샤의 조직학, 피르호의 세포병리학으로 발달한다.
이러한 근대 의학의 발달은, 이렇게 보면 매우 논리적이라 필연적으로 보이고 따라서 당연히 그러한 발전을 이루어지는 상황이라는 생각을 할 수가 있다. 그럴 수 있으나,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수많은 사람이 그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단 몇 명만을 소개하며 그런 발전을 이룬 중심 인물로 지목하고 있지만 실제의 상황은 단순하지 않았고 많은 사람은 성과가 쌓이고 쌓여 인식이 바뀌고, 의학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의학의 발달에 대한 서술은 외과(즉, 수술법)의 발전과 전염병의 퇴치에 관한 내용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나라 근대 의학의 도입과 일제 강점기의 우리 국민의 건강 상황, 그리고 현대의 건강에 대해 논의한다. 우리의 근대 의학이 도입이 전적으로 수동적인 것만은 아니었다는 점, 일제 강점기의 우리 국민의 건강 상태가 일본이 주장하는 것처럼 나아지는 것만은 아니었다는 점 등을 통해 기존에 잘못 알려진 것을 바로잡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