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인희, 《치매 해방》
나이가 들면서 가장 무서운 질병이 무어냐고 물으면, 아마도 가장 많은 대답은 치매이지 않을까 싶다. 다른 병이야, 이를테면 암이야, 물론 무섭지만 수술도 할 수 있고, 또 뒤늦게 발견했다면 내가 신체적인 고통을 겪다(거기에 정신적인 고통이 동반되기도 하지만) 죽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치매는 나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며, 다른 사람들, 특히 가족들에게 고통을 준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렇게 여기게 된다. 그래서 제발 치매만은...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데 그 치매가 늘고 있다. 우리의 수명이 늘면서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 치매 인구가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벌써부터 큰일 났다 싶다(지금은 100만 명가량이라고 한다. 역시 적지 않은 수다). 그런데 확실한 치매 치료제는 없다고 하지, 내가 치매에 걸릴지 아닐지 잘 예측도 되지 않는다 하지, 치매에 걸리면 돌이킬 수 없다고 하지,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그럼에도 인터넷 같은 데를 떠도는 얘기들은 서로 엇갈리고, 그래서 더더욱 헷갈리고 별로 도움도 받지 못한다.
치매가 두렵다면, 치매에 대해 알고 싶다면, 치매에 걸릴 확률을 줄이고 싶다면, 치매에 걸렸다면 진행 상황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다면, 주위에 치매에 걸린 사람이 있어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고 싶다면, 우선은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묵인희 교수의 《치매 해방》이다.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의 묵인희 교수는 30년 넘게 치매, 특히 알츠하이머병을 연구해온 연구자이면서, 몇 년 전에 발족한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의 단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오랫동안 치매를 연구해온 학자로서,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단의 리더로서 치매란 무엇이고, 어떤 원인에 의해 생기고, 그래서 치매 연구가 어디까지 왔으며, 어떻게 치료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아주 알기 쉬운 말로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묵인희 교수는 치매를 두고, 이게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아느냐, 이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국가 재정을 갉아먹고, 또 치료가 힘든지 아느냐며, 두려움을 팔고 있지 않다. 또한 자신과 자신의 영도만 따르면 해결될 수 있다고 턱도 없는 자신감을 던지고 있지도 않다. 아주 객관적인 언어로, 힘든 부분은 힘들다고, 희망적인 부분은 희망적이라며 차분히 설명하고 있다. 그게 이 책을 신뢰하게 만든다.
우선 묵인희 교수는 치매란, 매우 고통스럽고 힘든 질병이긴 하지만 불치의 병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예방할 수도 있고,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효과도 높은 질병이라고 한다. 그것은 이 치매가 어떤 질병인지를 이해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 이 고통스러운 질병에 걸리는지를 이해하면 미리 준비할 수 있고, 조기에 진단하게 되고, 그렇게 하면 효과적인 치료 전략을 짤 수도 있고, 또 치료제도 개발할 수가 있다. 바로 과학자들은, 의사들은 그런 걸 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원인과 증상으로 나타나는 치매(그래서 이 질병은 단일한 질병이 아니라, 여러 질병을 묶어 가리키는 용어일 뿐이기도 하다)를 그 원인에서 증상의 발현, 진행 등을 이해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고, 걸리더라도 상당한 기간 진행을 늦추며 사람다운 삶을 살다가 갈 수도 있다. 묵인희 교수는 건강하게 먹고, 꾸준하게 운동하고, 충분히 잠을 자며, 책을 읽거나, 악기를 다루는 등의 활동과 함께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활발히 하면서 살아가기를 권하고 있다. 다 알고 있는 건강한 삶이다. 바로 그만큼 상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질병이라는 얘기다.
여러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는 상황도 기대가 된다. 물론 아직까지 초기 단계에 효과가 있으며, 여러 부작용으로 사용이 중지된 약도 있지만, 과학자들의 노력은 이 질병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치료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를 개발할 거라 믿는다. 물론 그 속도가 문제가 되긴 하겠지만 말이다.
치매. 무작정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알고, 실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