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브래드버리, 《한 방울의 살인법》
《한 방울의 살인법》, 제목만 봐도 딱 독약 얘기다. 간간이 읽다 보니 독약에 관한 책도 꽤 읽었는데(물론 어떤 목적이 있어 그런 건 아니다. 이 글이 무슨 증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보기엔 독약에 관한 책 중엔 이 책이 최고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의외성이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독약은 거의 다 알려진 판에 의외성은 쉽지 않은 덕목인데, 이 책은 그 덕목을 처음부터 수행한다. 첫째 장이 바로 ‘인슐린’에 관한 얘기다. 인슐린? 이 현대의 필수적인 ‘약’이 독약이라고? 아, 물론 파라켈수스가 얘기했듯이, 이 책의 거의 모든 독약이 그렇듯이 약과 독약은 단지 용량의 차이이긴 하지만 인슐린이 독약으로 쓰인다는 것은 의외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의외성으로 눈길을 잡는다.
둘째로, 케이스다. 물론 독약에 관한 다른 책도 그 독약이 쓰인 케이스를 소개한다. 근데, 이 책은 그게 보다 생생하다. 마치 TV의 고발 프로그램의 급박스런 나래이션 같은 느낌이 드는 부분이 많다. 범인을 미리 알려주면서도 그 범인이 어떻게 덜미가 잡히게 되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특히 21세기에 들어서 벌어진 얘기들이 많아 더욱 생생하다.
셋째로, 과학이다. 독약으로 쓰이는 물질이 인체 내에서 어떤 작용을 하기에 독약이 되는지를 상세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이야기한다. 과학적인 얘기를 하면 어려워 하면 독자들이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여기는 건 오산이라 생각한다. 왜 그런지를 알고 싶은 것은 기본적인 욕구다. 그것을 채워주는 것은 과학이다. 저자는 과학자(생리학자)이고, 책은 과학적이다. 왜 식물이 만드는 물질(알칼로이드)들이 독약이 되고, 칼륨이니 폴로늄이니, 염소와 같은 분자가 사람을 살리기도 하면서 또 치명적이 되는지 이 책은 잘 설명한다.
매력적이고, 정보를 준다. 신나게 읽었다. 때론 놀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