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지, 《인간 제국 쇠망사》
<Nature>지의 시니어 에디터 헨리 지는 인류의 운명을 다음과 같이 예견한다.
“이와 같은 네안데르탈인의 길고도 슬픈 이야기를 통해서 지구에 마지막으로 남은 호모 사피엔스들의 삶을 그려볼 수 있다. 감소된 인구가 만성ㅈ거인 자원 부족과 기후변화로 인한 추가적인 황폐화를 버텨내다가, 결국 분할되고 흩어져서 점차 격리된 파편으로 존재하고 되고, 그나마도 개체군이 하나둘씩 사라지며 마침내 최후의 호모 사피엔스 잔여 집단마저도 모습을 감추는 시나리오이다.
이것이 앞으로 1만 년 안에 일어날 일이다.” (194쪽)
그는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의 영속성에 대한 의심, 혹은 확신한다. 영속하지 않을 것이라. 이것은 비록 비관적이지만, 상당히 합리적인 예측이다. 모든 종은 멸종한다. 모든 호미닌도 그랬고, 호모 속에 속하는 다른 종도 그랬다. 길어봤자 100만 년, 200만 년 존속했을 뿐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길게 봐도 수십 만 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종이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보았을 때 이미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는 중이다.
헨리 지는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를 쓰면서 정점에서 시작하고 있다(제목만 봐도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를 염두에 두고 썼다는 것이 확실하다. 매 장마다 인용하고 있고, 로마 제국의 정점에서 시작하고 있는 《로마 제국 쇠망사》처럼 《인간 제국 쇠망사》도 호모 사피엔스에 대해서는 그 정점에서 시작하고 있다). 그 정점이란 호모 사피엔스가 이족보행 등을 통해서 ‘최후의 승자’가 된 그 시점을 말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멸절의 위험을 10만 년 이상 거치면서도 기어이 개체 수를 늘리는 데 성공했으며, 아프리카를 벗어나려는 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 드디어 성공해서 지구의 거의 모든 곳에 자손을 퍼뜨렸다.
정점에 오른 종은 쇠락을 시작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정점에서 농업을 발명했다. 몇몇 종의 식물과 동물을 통제 하에 두고 먹이로 삼았다. 정점은 그로부터 몇 천 년이 지속되었다. 지질학적 연대로 보면 순식간이다. 1960년대 에어릭은 《인구 폭탄》이라는 책을 쓰면서 인류의 지나친 증식을 염려했지만(멜서스를 연상케 한다), 녹색 혁명은 인류의 멸절을 늦추었다. 그러나 그 시점부터 인구 증가율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몇 십 년 간은 인구가 증가하겠지만(아프리카의 지분이 크다), 이미 인구가 감소 추세에 들어선 나라들이 많다. 개체 수의 감소는 쇠락의 분명한 증거다.
인구 감소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득의 증대와 여성 권리의 증대가 한 요인이다. 이러한 요인은 인간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한 생식력의 감소는 선택이라기보다는 추세이며, 앞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물론 기후 변화를 둔화시키고, 혹은 역전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지속되겠지만, 저자는 이에 대해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아 보인다.
저자는 그렇게 잔뜩 비관적인 전망을 늘어놓은 후, 모든 종이 멸종한다는 점에서 인간은 예외적이지 않지만, 그것을 인식하고, 또 의도적으로 멸종의 시간을 미룰 수 있다는 점에서 예외적인 종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인간은 무자비하게 파괴적인 종이라 가장 가까운 친척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도 멸종시켰지만, 창조적인 종이다. 역사가 증명한다. 그러니 지금의 멸절의 위기를 벗어날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여기서 헨리 지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인류가 지구에서 멸종의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면 지구 밖에서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의 ‘할리우드식 결말’, 즉 우주로의 이주다. 많은 기술적 난관이 있겠지만, 우주선은 준비될 것이고, 소행성에 커다란 굴 같은 것을 파서 거기서 살명 된다는 식의 제안을 한다. 그리고 식물의 광합성을 개선하는 방안도 제안한다. 식물을 비롯한 여러 생물의 광합성은 지구상의 모든 존재를 있게 한 원천이지만 지나치게 비효율적인데, 그건 진화의 원리 때문에 그렇다. 처음부터 논리적으로 가장 우수하게 만들지 않고, 땜질 식으로 처방하면서 개선해온 것이다. 우리는 광합성 과정을 거의 완벽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거의 확신하고 있다. 이러한 ‘녹색 혁명 2.0’은 우리가 우주로 이주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Nature>지의 에디터인만큼 최신의 연구 결과를 많이 담고 있다. 그리고 단지 인류의 역사를 되짚고, 위기를 설파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 데서 대단히 독특하다. 호모 사피엔스의 멸종 시점을 1만 년 이내로 명확하게 설정한 것도 대단하고, 지구에서의 멸종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200년 이내로 지구 밖으로 이주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제안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정말 그렇게 된다면 일론 머스크는 선구자 중의 선구자로 추앙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인류는 어떤 선택이든 할 것이다. 그가 지적한 대로 우리는 분명 창조적인 종이며, 위기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으니까. 그러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궁금하다. 정말 헨리 지의 말이 옳을까?
*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를 각 장마다 인용하고 있다. 다른 책과는 달리 이 부분을 몇 차례씩 반복해서 읽었다. 언제 엄두를 낼 지는 모르지만 꼭 읽어보고 싶을 만큼 심려 깊은 문장들이다. 처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