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늘, 《세계관의 충돌》
21세기 국제질서는 이전의 국제질서의 어떤 면에서 달라졌는가?
21세기 국제질서는 어떤 세계관에 기초해서 형성되었는가?
21세기 국제질서는 과연 세계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가?
미국 변호사로서, 한국의 정부기관(산업통상자원부)의 관료로서 풍부한 경험을 한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런 질문들을 던지고 있으며, 나름의 답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저자는 현재 진행 중인 국제질서의 변화가 깊이와 폭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라고 전제하고 있다. 말하자면 근본적인 재편인데, 이 근본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이 변화를 ’세계관‘의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것을 내포한다.
이러한 변화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먼저 국제정치의 본질과 원리를 간단히 짚은 후, 근대 이후 국제질서의 변화를 그 변화를 주도한 사상과 함께 역사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그 끝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기의 2극 체제와 냉전 이후의 팍스 아메리카나이다.
그러나 21세기, 특히 트럼트 집권 이후에는 이 미국 중심의 1극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 미국은 국제질서의 수호자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고, 국익 중심의 현실주의적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틈을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히 도전하며 국제질서는 다극화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다극화는 위험하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저자는 이러한 국제질서의 변화를 자유민주주의의 실존적 위기라고 칭하고 있는데, (긍정적인 의미에서는 부정적인 의미에서든) 국제질서를 좌지우지하던 지도력의 부재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길을 잃고 있다. 자유주의 이념이 분열하면서 이상주의적 세계관이 침몰하고 있다. 이는 현실주의적 민족주의의 발흥을 가져온다. 그리고 이는 무력 충돌의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현실주의 속에서 더욱 우리의 이익만을 위해서 분투해야 하는가? 그건 아니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건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저자는 평화를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
우선 사상적으로, 단일 패권이 종식되고, 다자주의의 이상도 훼손되고 있는 마당이지만, 그래도 고전적인 자유주의의 가치, 즉 개인의 자유, 보편적 인권, 법의 지배, 이성적 합리주의는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지금 당장의 불안정한 평화를 지켜야 하는데, 이에 대한 방안은 구체적이진 않다. 아마 상황 상황에 맞는 임기응변적 대처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일 터이고, 또 그게 쉽지 않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중도주의자‘를 강조한다. 중도주의자가 한 국가나 국제질서에서 중심 세력이 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앞으로도 쉽지 않을 터이지만, 중도주의자의 ’건설적 양비론‘이 어느 정도 세를 얻는다면 양 극단을 제어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
나의 개인적인 독후감을 보탠다면, 국제질서의 바탕에 깔린 이념을 통해서 변화를 파악하는 데 무척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국제질서가 매우 위태한 상황이라는 것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어 염려를 더하게 한다. 그런데 이러한 위험한 상황을 헤쳐가는 데 과연 무엇을 해야할 지에 대해서는 대안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그런데 그게 정하늘이라는 하는 이 책의 저자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내 생각이다. 그만큼 쉽지 않다는 의미다. 소수의 제안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닌 것이다. 이런 분석, 제안들이 모이고, 많은 사람들의 각성과 노력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문제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