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이 아닌 정의!

김태형, 《우리는 왜 가짜 정의에 열광하는가》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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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비상계엄 이후 1년 한국 사회는 바뀌었나?

솔직히 잘 모르겠다.

정권은 바뀌었으나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사히 저변에 흐르는 근본적인 실체가 바뀐 느낌은 들지 않는다.

왜일까?


그건 당연하게도 이 사회가 어떠해야 하는 데 대한 생각의 주류가 바뀌지 않아서다. 그럼 그 생각의 주류란 도대체 뭘까?

그리고 그건 왜 바뀌지 않는 것일까?

그걸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싸우는 심리학자’ 김태형의 《우리는 왜 가짜 정의에 열광하는가》은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있고 나름의 답을 찾고자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낯설면서도 공감이 가는 분석은 ‘정의’와 ‘공정’의 구분이다.

어느 때부터 우리는 정의를 얘기하는 대신 공정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물론 정의라는 단어를 이야기하지만, 그건 이전에 우리가 이야기하던 ‘사회적’ 정의가 아니다. 정의를 얘기하지만 결국은 공정에 대한 얘기다.


정의와 공정은 어떻게 다른가?

한 마디로 정의하기도 힘들다. 그래도 나름대로 이해한 대로 얘기하자면, 정의는 사회적인 것이다. 반면 공정은 개인적인 것이다. 사회적 큰 그림 속에서 너와 내가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정의 대신에 단순한 절차적 공정만을 얘기하면서 이 사회는, 특히 젊은 층들은 이른바 보수화되고 있다고 김태형은 진단한다. 정의는 건드리지 못하겠으니 공정만이라도 잡아보자는 개인주의가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절차적 정당성에 기초한 공정은 능력주의란 말로 포장된다. 그러나 능력주의가 정말 공정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의심하지 않는다. 내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뭔가 나보다 못한 사람을 깔보고, 올라오지 못하도록 하는 서열문화 속에서 공정의 바람직한 의미마저 왜곡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왜곡된 공정, 능력주의, 서열주의는 사실 생존의 위기에서 온다고 판단한다. 잠깐이라도,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나락을 떨어져 버리고, 다시는 회복하지 못하는 구렁텅이로 빠져들 위험 속에서는 ‘우리’를 생각을 여유를 갖지 못한다. 정의? 그건 다다르기에 너무도 먼 이상이다. 그저 오늘 하루를 살기 위해서는 내 것을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이런 생각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여기에 김태형은 ‘진짜 정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진짜 정의가 이루어지는 사회란 부의 분배가 아니라 사회적 존경심의 분배가 우선시되는 사회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관계를 중시하는 사회다. 그렇다면 그런 사회는 그저 우리가 교육을 잘 받고, 마음만 선하게 먹으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김태형이 제시하는 것은 다름 아닌 기본 소득이다.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하는 기본 소득이야말로 사회적 존재로서 생존이 가능하도록 하며, 공동체를 복원하는 조건이라고 보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사회가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이제 토의를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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