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김정준, 《야구멘터리 위대한 승부》
2009년 한국시리즈 기아 타이거즈 대 SK 와이번스 7차전 6회초 2사 2루. 박재상은 양현종의 슬라이더를 쳐냈다. 2루 주자 정상호 홈인. 스코어는 5-1. 승부는 기우는 듯했다.
그러나 그해 우스팀은 기아 타이거즈였다. 9회말 1사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기아 타이거즈의 3번 타자 나지완은 투수 채병용의 직구(빠른볼)을 쳐냈고, 공은 담장을 넘어가 버렸다. 승부는 거기서 끝났다.
야구 기자 이용균과 당시 SK 와이번스의 전력분석팀장은 이 승부를 조목조목 짚어가며 분석해내고 있다. 야구에서의 선택과 실행, 실수와 성공, 후회와 환호 등등. 야구장에서 벌어지는, 아니 야구장을 벗어나서 야구라는 게임과 관련해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것을 이 한 게임에 집약해서 생각하고 보여주고 있다.
2025년의 프로야구도 끝난 마당에 2009년의 마지막 경기를 되짚은, 말하자면 고색창연한(?) 책을 알게 되었고, 꺼내 들게 되었다.
2025년 한국프로야구의 승자는 LG 트윈스였다. 염경엽 감독을 비롯해서 여러 선수들이 이러저런 매체에 불려나오는 가운데 수석코치 김정준이 안승호, 이용균 기자가 진행하는 ‘최강볼펜’이라는 채널에 출연했다(https://tv.naver.com/v/89483236). 거기서 이 책 얘기를 했다.
2007년, 2008년 우승을 거머쥔 김성근 감독(바로 김정준 당시 팀장, 현 코치의 아버지다)의 SK 와이번스는 시즌 막판 기적 같은 17연승(중간에 LG 트윈스와의 1무를 포함)을 거두고 2위로 가을 야구를 맞이한다.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두산 베어스를 2패 후에 3연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에 올랐고, 리그 1위를 차지한 기아 타이거즈와 맞붙었다. (당시는 LG 트윈스의 암흑기였기 때문에, 가을 야구까지 꼼꼼하게 챙겨보지 않았다. 그러나 나지완의 홈런만큼은 분명하게 기억한다. 거기까지 어떻게 갔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치고받는 승부 끝에 7차전까지 왔고, 6회 초가 끝난 상황에서 SK 와이번스는 5-1로 앞서고 있었다. 이제 아웃카운트 12개만 잡으면 3년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우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상황으로 SK 와이번스는 투수가 고갈되고 있었다. 어떻게 12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을 것인가?
한 장면 한 장면을 되돌이켜보면서, 그런 장면이 어떻게 나올 수 있었는지, 그리고 거기서 무엇이 제대로 되었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러고 야구란 경기가 가지는 복잡함, 예측불허, 그리고 그러한 데서 오는 어려움과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거기에는 한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한 준비 과정과 순간의 예지가 있다. 상대방의 장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파고들어야 하고, 우리의 약점은 숨기면서 고도의 심리전도 펼쳐야 한다. 그게 한 경기에 집약되어 있고, 또 한국시리즈 7경기를 이루고, 또 한 시즌을 이룬다.
나는 야구의 이런 면을 좋아한다. 끊김이 있으면서, 그 사이에 생기는 수많은 연결을 좋아한다. 운동 능력을 넘어선 계산과 집중을 존중하고, 그것의 성공에 환호하고, 수많은 실패에 안타까워한다. 최강팀이라야 겨우 60%를 조금 넘는 승률을 거두고, 최약팀이라 해도 40% 가까이 이기는, 이 미묘한 승부의 세계를 좋아한다.
이 책에서처럼 쪼개어서 분석해도 재미있고, 전체적으로 봐도 의미 있는 스포츠라서 야구를 좋아한다. 그리고 올해는, LG 트윈스가 우승해서 더욱 야구가 좋았다.
* SK 와이번스는 이 해 준우승에 그쳤지만, 다음 해(2010년) 기어코 우승한다. 말하자면 SK 왕조 시대였다.
* 올해 한국시리즈 4차전 승부를 이처럼 그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8회말 투아웃까지 잡은 한화 이글스의 와이즈의 투혼에서 시작하는 얘기에서 시작해서.
* 이 책의 제목에는 ‘위대한 승부’가 들어가 있다. 그러나 매우 극적인 승부였던 것은 분명하지만, 이 승부가 왜 위대했는지에 대한 얘기는 없다. 나는 이 제목이 이 승부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받아들인다. ‘야구라는 위대한 승부’로 읽는다. 그게 ‘위대한 승리’가 아니라 ‘위대한 승부’라 지은 이유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