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는 곧 피렌체"

폴 스트래던, 《피렌체 사람들 이야기》

by ENA
KakaoTalk_20251218_074957988.jpg


“르네상스는 곧 피렌체였고, 르네상스 정신은 곧 피렌체 사람들이었다.”


왜 피렌체였을까?

르네상스는 전 유럽의 변화였지만, 그 변화가 시작되고 꽃 피운 곳을 딱 한 군데만 들라면 피렌체다. 르네상스를 이야기하면서 피렌체와 피렌체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너무나 보잘 것 없는 역사가 되어버릴 것이다.


폴 스트래던은 세 가지를 이야기한다. 부, 약간의 시민적 자유, 재능. 이 세 가지가 피렌체에 있었다고.

‘세상의 경이’ 프리드리히 2세의 시칠리아 궁정과 브뤼즈(브루게) 같은 곳도 르네상스가 발흥할 여건을 갖추었지만, 이 중 한 가지가 모자랐고 결국 유럽의 정신은 피렌체에서 피어났다. 물론 피렌체에서 르네상스가 시작되고 꽃 피울 필연성 같은 것은 없다고 본다. 그럴 만한 배경이 있었고(이건 필연성의 조건이지만), 어떤 우연적 요소들이 겹치면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보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연적 요소들을 우리가 어찌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필연적 요소를 구성하는 그 무엇을 보다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이 후대의 우리가 역사에서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얻어내는 길이다(물론 우연적 요소는 우리에게 역사를 읽는 재미를 준다).


거의 마흔 명에 가까운 피렌체 사람들을 소환하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가 잘 아는 사람들이 많다.

단테, 보카치오, 페트라르카와 같은 3대 문인에서, 두오모(물론 이게 공식 명칭이 아니란 건 잘 안다)의 돔을 올린 브루넬레스키,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보티첼리, 그냥 ‘르네상스인’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광신의 상징이 된 사보나롤라, <군주론>의 마키아벨리, 그리고 미켈란젤로 갈릴레이. 메디치가의 인물들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의 이야기는 거의 모두가 독립적인 책으로도 만났던 인물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요약하면서, 하나의 흐름 속에 놓고서 서로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 받으며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쓰는 것은 그들의 생애를 단독으로 쓰는 것보다 오히려 쉽지 않은 일이다. 폴 스트래던의 이 피렌체와 피렌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는 그런 면에서 쉽지 않은 작업이면서 의미 있고, 또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작업이 되었다.


꽤 알던 인물들의 이야기, 그들 사이의 관계들, 새로운 해석들도 흥미롭지만, 그렇게 주목받지 못해왔던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는 새로운 앎을 선사해준다.

대표적으로 용병대장이었던 호크우드다. 피렌체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던 인물이었는데, 피렌체가 오히려 그와 용병 계약을 맺고, 부와 명예를 주어 피할 수 있었다 한다. 결국 그는 피렌체에서 죽었는데, 그가 백마를 타고 지휘봉을 휘두르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 대성당의 벽에 그려져 있다(피렌체 여행 중에 그건 보지 못했다).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아메리카란 이름의 기원이 된 이 인물(그래서 오히려 질시와 비웃음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이 피렌체 출신이란 건 얼핏 들었었다. 그런데 그가 메디치 은행의 직원이었고, 메디치 가문의 방계 쪽 중심 인물의 후원을 받아 항해에 나섰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나는 마지막 인물이 갈릴레이라는 것이 가장 인상 깊다. 물론 그가 여기의 인물 가운데 가장 막내이긴 하지만, 르네상스라는 인문주의가 결국엔 이성적 과학의 태동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지식을 되살리는 데서 시작한 르네상스가 결국은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르네상스가 피렌체에서 부에서 시작되었고, 어느 정도는 부패한 민주주의에서 발흥한 것을 보면, 이 혁명의 성격이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주의적이었다는 것도 알려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책이란 미스터리가 될 수도, 미스터리를 해결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