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팝니다

구환회, 《독서를 영업합니다》

by ENA
KakaoTalk_20251225_222436618.jpg


책을 내기 전까지 온라인 서점의 MD를 의식해본 적이 없다. 책을 그렇게 읽으면서도 그랬다. 물론 이 책을 읽기 직전까지도 거의 몰랐다. 낸 책 여섯 권 중 세 권의 책에 (교보문고 기준) ‘MD 추천’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지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고, 또 그게 얼마나 내 책을 파는 데 도움이 되는지도 잘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몇몇 (책 출판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서 주워 읽은 바로는 온라인 서점의 MD가 중요하다고 했다. 나는 출판사에서 온라인 출판사와 접촉하는 상대가 바로 MD라는 것으로 미뤄 짐작만 했다.


저자 구환회는 온라인 서점, 그러니까 교보문고의 MD다. 지금은 (그리고 꽤 오랫동안) 소설 담당이라고 한다. 그가 쓴 《독서를 영업합니다》를 통해 비로소 장막 뒤의 존재 같던 온라인 책방의 MD에 대해 좀 알게 됐다. 사실, 비밀 같은 건 없었다. 말(merchandizer) 그대로 책을 파는 사람이다. 책 제목대로 ‘독서를 영업’하는 사람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영업해서 판다는 게 영 잘 상상이 가질 않을 수도 있다. 영업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호객 행위가 기본인데, 책을 들고 이걸 사라고 뭘 하지도 않는데, 그리고 책 광고도 책방에서 하는 게 아닌데 온라인 서점의 MD가 책을 판다는 건 무얼 의미하는 걸까, 궁금하다.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책도 물성을 지닌 상품이고, 그것을 고객에게 잘 보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더 많이 팔린다. 물론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잘 팔리는 상품이 있듯이, 작가의 이름값만으로, 혹은 어떤 다른 이유로 그냥 잘 팔리는 책이 있다. 그렇지만 그런 책도 더 잘 팔리게, 좋은 책이지만 묻혀갈 지도 모르는 책은 그래도 팔리게 하는 노력을 하는 이가, 말하자면 온라인 서점의 MD다. 정말 하는 일이 많은 사람이다.


구환회의 책은 그렇게 MD가 뭐 하는 사람인지를 알려준다. 그렇다면 이 책은 온라인 서점 MD 지망생만을 타겟으로 한 책일까? 절대 그렇지가 않다. <들어가는 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책과 관련된, 서점과 관련된 것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왜 내 책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지 못하는지 궁금하면서, 잘 납득하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이 가장 읽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물론 나는 소설을 쓰진 않는다).


그렇다고 베스트셀러를 향한 어떤 중요한 팁을 얻어가는 것은 아니다. 굳이 꼽으라면 서점 MD가 ‘1은 100을 만들 수는 있어도, 0을 1로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니, 베스트셀러의 가장 첫 덕목은 그래도 1의 가치를 지닌 책을 쓰는 충고다. 대신 책 얘기는 많이 얻어 들었다. 소설 담당 MD이니만큼 소개하는 책의 99%는 소설이다. 이미 읽어본 소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소설도 적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 젊은 소설가들의 작품이 그렇다. 구환회는 201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 뛰어난 젊은 소설가들이 많이 등장했다는 것을 여러 차례 언급한다. 그동안 내가 어떤 것을 읽지 않았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나는 외면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읽다 문득 생각이 나 2024년 우리나라 독서율을 찾아봤다. 2023년의 독서율이 40% 가깝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었고, 책에서도 몇 차례 언급하고 있다. 2025년 5월 경에 발표한 2024년의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87%가 넘는다!. 종이책 독서율도 80%가 넘는다고 발표되어 있다. 한 해 사이에 책 읽는 인구가 두 배가 되었다고? 이런 기적은 어디서 온 것일까? 책을 쓰는 사람이나, 책을 파는 사람들의 우려는 이제 접어둬도 되나?


사실은 이렇게 높아진 독서율의 비밀은 ‘책’을 무엇으로 정의하는지를 바꾼 데 있다. 87%라는 숫자는 ‘출판 매체를 한 번이라도 접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이다. 모든 종류의 출판 콘텐츠를 독서율에 포함했고, 완독하지 않은 책도 포함했다고 한다. 기준을 바꾸면 해석도 달라진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통계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예전과 같은 기준을 적용했으면 어찌 되었을까? 40% 밑으로 내려갔던 것은 아닐까?


독서의 위기를 얘기한 지는 꽤 됐다. 이렇게 책을 팔기 위해서 온갖 수단을 다 쓴다는 이의 글을 읽으면서(내가 쓴 책에 대해선? 이런 의문이 자꾸 들긴 하지만), 그런 온갖 노력이 들어가는 이유를 생각하면 좀 씁쓸하다. 물론 그냥 내놓기만 해서 팔리는 상품은 없다. 책이라는 것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가성비 높은 지식과 교양, 위로, 오락의 수단이지만, 그건 그냥 내 생각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그런 씁쓸함과 함께 이렇게 노력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나마 조금 기대라고 걸어볼 수 있지 않나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떤 자연스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