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의 과학, 화학

장홍제, 《답답한 날엔 화학을 터뜨린다》

by ENA


’“장홍제 교수의 <어른의 과학 취향>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읽으면 얼마나 신나서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미소가 지어졌다. ’술‘에 관한 책, 《들뜨는 날엔 화학을 마신다》보다도 훨씬 들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술에 관한 이야기는 왁자지껄한 가운데 부어라 마셔라 하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그랬나? 폭탄에 관한 이야기는, 말 그대로 빛이 발산하고, 커다란 소음이 나고, 온갖 것들이 부서지는 등 난리가 나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드는 걸까? 아무튼 폭탄에 관한 이야기를 이처럼 신나서(?) 쓸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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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불‘, 몰로토프 칵테일(이른바 화염병), 네이팜에서 시작한 폭탄에 관한 이야기는 중세의 기사 문화를 끝장낸 흑색화약으로 이어지고, 커다란 폭발력을 지니는 나이트로셀룰로스와, 노벨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나이트로글리세린(그러니까 다이너마이트와 TNT)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더 강하고 화려한 폭약 뇌산 수은과 C-4, RDX와 같은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되고, 결국은 핵무기의 시대까지 이야기한다. 그러고는 폭발물 랭킹(10위에서 1위까지)을 정하는데, 1, 2, 3위가 이론적으로만 존재할 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아니, 존재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물질이라는 게 놀랍기만 하다.


각 장의 끝에는 그 장에 등장한 그런 폭약, 폭탄을 실제로 어떻게 부엌에서 만들 수 있는지를 세심하게, 그러나 구체적인 양까지는 알려주지 않으면서,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그런 폭약을 만드는 것, 아니 만들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그래서 굳이 굳이 ’멸망을 대비하는 생활 화학 제조법‘이라고 하고 있고, ’면책 조항‘까지 써놓고 있다. 말하자면 유머 감각이고, (누군가 굳이 따라서 만들려는 시도를 하는) 혹시나 모를 사태에 따른 핑계다. 19살 윌리엄 파월이 쓴 《무정부주의자의 요리책》이 떠올랐는지도 모른다. 금서로 지정될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되었을지도.


폭탄에 대한 얘기를 이렇게 신나게 읽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책을 쓴 장홍제 교수보다는 덜 신났을 게 확실한데, 그건 가끔 목 어딘가에 걸려 넘어가지 않는 가시처럼 박혀 있는 화합물의 반응에 대한 얘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것도 장홍제 교수를 두렵게 만들만한 독자의 실천을 시도하지만 않을 요량이라면 굳이 깊게 이해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겨우 폭약마니아(?) 화학 교수의 신나는 썰을 듣기 위해서 이 책을 읽어야 할까?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은 역시 책 뒤에 드러난다. 폭발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우리 삶의 편리함도 거의 없었으리라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에어백이라든가, 자동차의 엔진, 우주선의 추진제 같은 것들이다. 물론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얘기한다.

”이 모든 일상 속 모습은 폭발이라는 현상의 본질이 선하다거나 악하다고 구분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폭발은 그저 순간적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일 뿐읻. 그 에너지를 어떻게 통제하고, 어떤 목적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파멸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아름다움의 원천이자 안전 장치, 모험의 엔진이 되기도 한다.“ (281쪽)


그러나... 여전히 손바닥 위의 작은 폭발을 은근히 즐기는 듯한 화학 교수의 천진하거나 나름 진지한 모습을 떠올리면,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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