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츠바이크,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을 즐겨 읽었던 때가 있었다. 2013년과 2014년. 벌써 10년도 더 되었고, 주로 평전을 읽었다. 십여 권이 넘게 그가 쓴 책을 읽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에 깊게 남은 것은 남에 대해 쓴 책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 쓴 책이었다. 《어제의 세계》. 그의 자서전이다(https://blog.naver.com/kwansooko/50189521977). 자서전이지만, 유서(遺書)처럼 읽히는 책이다.
츠바이크는 《어제의 세계》를 내고 브라질에서 아내와 함께 권총으로 자살했다. 나치를 피해(츠바이크의 책은 나치의 ‘분서(焚書)’의 대상이었다), 영국으로, 미국으로, 그리고 브라질로 건너갔지만, 전쟁이라는 야만은 그에겐 이 세상에서 살 가치를 앗아갔다.
《어제의 세계》는 그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쓴 책이다. 그러나 이 말고도 그가 쓴 글들이 있었다. 죽기 전 2년 동안 남긴 글 아홉 꼭지를 묶은 책이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다. 그때는 자신의 삶을 그렇게 마무리하게 될 줄은 몰랐던 듯한 글들이다. 그래도 세상을 살아갈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나치의 폭압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그 비판이 힘에 부쳤을 때 그는 더이상 글을 쓰지 못했다. 파괴는 창조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보면 참으로 아픈 글들이다. 이런 소중하고도 작은 삶에 대한 긍정성을 안고 살아가려던 한 작가가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고, 교육을 받고, 글을 써서 명성을 얻었던 곳을 떠나 낯선 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져버렸을 때의 참담함이 떠오른다.
”침묵, 뚫을 수 없는 침묵, 끝없는 침묵, 끔찍한 침묵. 나는 그 침묵을 밤에도 낮에도 듣는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로 내 귀와 영혼을 가득 채운다. 그것은 어떤 소음보다 견디기 힘들고, 천둥보다, 사이렌의 울부짖음보다, 폭발음보다 더 끔찍하다. 그것은 비명이나 흐느낌보다 더 신경을 찢고 더 슬프다.“ (101쪽)
책의 중간중간에는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여기서의 표기는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그림이 있다. 생의 마지막에 쓴 글의 적막감이 프리드리히의 그림과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