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루이스, 《라이어스 포커》
라이어스 포커(Liar’s Poker). 1달러 지폐의 일련번호에서 특정 숫자의 개수를 가지고 하는 게임. 마이클 루이스는 이렇게 쓰고 있다.
“게임의 진짜 비법은 상대편의 얼굴을 읽는 데 있다. 따라서 참가자들이 허세를 부리고 그 허세에 또 다른 허세가 겹쳐지면서 게임은 점점 복잡해진다. 이 게임의 이름이 ‘라이어스 포커’, 즉 거짓말쟁이 포커인 것도 이 때문이다.” (21쪽)
마이클 루이스가 1980년대 월스트리트의 총아로 떠올랐던 살로먼 브러더스의 채권 세일즈맨의 경험을 다룬 책의 제목을 이처럼 지은 까닭은, 바로 그가 하던 일이 허세를 통해 상대를 속이면서 돈을 버는 일이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작가가 된 마이클 루이스가 젊었을 때 투자은행에서 일했었다는 것은, 아마 《머니볼》을 읽을 때부터 저자 소개에 기입되어 있었을 테지만 인식하지는 못했었다. 당연히 마이클 루이스가 취재를 통해 쓴 책이라고 생각하고 집어들었다. 40년 전의 얘기를, 20년 전에 번역되어 소개된 책을.
이 책을 분류한다면 아마도 주제로는 ‘경제학’ 쪽으로(좀 의심스럽지만), 혹은 형식으로는 ‘논픽션’으로 놓는 게 맞겠지만, 나는 자꾸만 ‘역사’가 맞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40년 전의 이야기라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이 시기의 벌어진 일이 그 이전 시기부터 축적되어 온 자본주의의 특징(힘과 모순을 모두 포함하는)과 그 이후에 벌어진 엄청난 변화(승승장구와 파멸을 모두 포함하는)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프린스턴대에서 예술사를 전공하고, 런던경제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은(MBA가 아니라) 저자는 우연한 기회를 잡고 살로먼에 입사한다. 그곳에서 그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은, 투자은행이 돈을 버는 방식이 무시무시하다는 것이었다(적어도 내 느낌은 그렇다). 고객들의 허영심과 공포를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이다. 직원들을 거액의 보너스를 위해서 죄책감 없이 고객은 물론 회사 내 다른 부서 직원들을 아무렇지 않게 속였다. 임원들은 그런 직원들을 독려했다, 또 아무렇지 않게 해고했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자신이 부자가 되는 일이라면 세상에도 좋은 것이라고 인식한다.” (376쪽)
월스트리트를 비롯한 금융시장은 마이클 루이스가 1980년대에 살로먼에 다닐 때와는 많은 면에서 달라졌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돈’을 둘러싼 경제학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학에서 배우는 경제학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40년 전의 책을 다시 새로운 판본으로 번역해서 내는 이유도 그러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읽는 이유도.
다 읽고 찾아보니, 이 당시 살로먼 브라더스의 CEO였고, ‘월가의 왕’으로 불리던 존 굿프랜드가 2016년에 죽었다는 기사가 검색된다. 그는 1991년에 국채 입찰 사기로 살로먼에서 물러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워렌 버핏이 회장으로 취임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