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루이스, 《고잉 인피니트》
마이클 루이스가 이번에는 암호화폐에 얽힌 이야기를 파헤쳤다. 몇 년 전 크게 뉴스가 되었던 암호화폐 거래소 FTX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다. 그런데 그가 FTX와 FTX에 관련된 인물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건 사건이 터지기 전이었다. FTX의 수장이면서 베일에 싸여 있으면서도 흥미로운 인물 샘 뱅크먼프리드를 몇 달 전에 처음 만났고, 사건의 추이도 관찰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단순히 왜 이런 범죄가 일어났는지를 후향적으로 되돌아보고 분석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비트코인이니 하는 암호화폐에 대해 잘 모른다(물론 투자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뉴스에는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의 정체가 도무지 가늠이 안되는데 왜 사람들은 열광을 하고 있을까 궁금한 측면이 많다. 사실은 암호화폐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어떤 이유에서 처음 만들어졌는지는 대충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사토시(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인물)이 제안한 목적, 처음에 이런 아이디어에 환호했던 이들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이것이 쓰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이클 루이스도 이렇게 쓰고 있다.
“비트코인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비트코인은 완벽하게 설명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고 생각한 사람도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면 셜명을 다시 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164쪽)
“비트코인 마니아들은 사토시가 정부가 보증하는 화폐를 대체하는 화폐를 만들었다고 믿었지만 정작 비트코인이 대체한 것은 다름 아닌 도박이었다.” (166쪽)
“원래 비트코인의 장점은 금융 중개인이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 하지만 금융 중개인을 없애려던 운동은 오히려 우후죽순 금융 중개인을 등장시켰고 2019년 초에는 암호화폐 거래서가 254곳에 달했다.” (167쪽)
FTX가 바로 여기서 인용하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하나다. 규모 2, 3위를 다투던 암호화폐라고 알고 있다. 어마어마한 돈을 긁어모으고 있었고, 자체적인 코인도 발행하고 있었다. 샘 뱅크먼프리드는 이와 함께 알라메다 리서치라고 하고, 이름만 보면 무슨 조사기관 같지만, 실은 은행에 가까운, 개인 은행을 소유하고 있었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암호화폐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환불 요청이 들어오면서였는데, 샘은 FTX에 예치된 돈을 알라메다에 옮겨놓은 상황이었고, 알라메다는 환불 요청이 들어오자 그 돈을 써버린 것이다. 말하자면 고객의 돈을 다른 목적으로 써버린 것이다. 범죄 행위가 된 것이다.
일은 그렇게 된 것인데(적어도 내가 이해하기로는), 여기에는 꽤 복잡한, 혹은 너무 단순한(?) 사정들이 있었다는 것이 마이클 루이스의 견해다. 말하자면 샘 뱅크먼프리드라는 인물의 개인적인 특성과 그가 가진 효율적 이타주의라는 신념 등이 그런 것들이다. 샘은 2023년 이후 공식적으로 자폐 판정을 받았지만, 훌륭한 풍자 감각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러니까 통상적인 자폐 환자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감정에 공감을 잘 하지 못하고, 친구도 없었지만 말이다. 심지어 어린 시절에 대해 얘기할 게 거의 없을 정도다. MIT 수학과를 다니던 그가 암호화폐를 알게 되면서 그의 본격적인 성공 가도가 시작되었다. 어쩌면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꺼리지만, 너무나도 똑똑했던 그였기에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그런 그가 가진 신념은 바로 효율적 이타주의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벤덤의 공리주의에서 파생되어 온 효율적 이타주의는, 과학적 근거와 비용 대비한 효과(가성비라고 하나?)를 바탕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원으로 세상에 가장 큰 선을 실현하고자 하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계산을 통해서 기댓값을 정하고 그것에 투자해서 돈을 벌고, 그 돈을 선(善)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샘 뱅크먼프리드와 주변에 모여든 효율적 이타주의자들은 돈을 버는 것을 선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투기적으로 돈을 벌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실제로 샘은 자신이 번 돈을(혹은 자신에게 맡겨진 돈을) 정말 펑펑 써댔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는 공공선을 위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것은 판단하기에 다른 목적을 가졌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바로 자신의 명성을 위해서 자신의 돈도 아닌 것을 마구잡이로 써댔다고 말이다.
마이클 루이스의 이 책은 샘 뱅크먼프리드가 재판을 받는 중간에 쓰여지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 같다. 내용을 먼저 공개하라는 압력을 받았지만 꿋꿋이 이겨냈는데, 출판된 이후에는 샘을 동정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받은 모양이다. 그건 아마도 마이클 루이스가 끝내 알아내지 못한 여러 의문들 때문인 것 같다. 사라진 어마어마한 돈의 출처도 그렇고, 충분히 상환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이 밝혀졌기 때문에도 그렇다. 자금의 규모와 존재 장소 등에 너무도 무심했던 것도, 정말 횡령하려했다면 왜 비밀 계정 같은 것은 만들지도 않았는지, 사건이 터지고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도망치지 않았는지 등등 샘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고, 그것은 샘을 옹호할 수도 있는 여지가 있는 의문들이었지만, 샘은 이에 대해 속시원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FTX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사건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꽤 많은 수익을 돌려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 물론 샘의 행태는 범죄가 아니라고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샘에 대한 (그 때문에 돈을 잃었다는) 비난은 근거가 없던 셈이라 할 수 있다.
《라이어스 포커》, 《빅 숏》과 마찬가지로 《고잉 인피니트》도 탐욕에 관한 이야기라는 데는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다른 점은 그 탐욕이 자신에게 향하지 않았던 인물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정말 그런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마이클 루이스의 시각이 그렇단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될 줄 알았다고 한다. 사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될 거라고 한 번도 얘기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모두 바보다. 마이클 루이스의 생각은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효율적 이타주의자 샘 뱅크먼프리드도 그랬을 것이다.
“인간에게는 과거의 불확실성을 잊는 재주가 있다. 최근 일어난 행운이나 불행이 얼마나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인지, 그 발생 가능성이 얼마나 낮게 보였는지 상관없이 시간이 지나면 결국 일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야기가 펼쳐지고 나면 이전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라도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일로 느껴진다.”
샘 뱅크먼프리드가 언급한 특별히 효과를 낸 마케팅 캠페인 (230쪽)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Yes we can): 버락 오바마
그냥 하는 거야(Just do it): 오늘날의 나이키 브랜드를 만든 두 선수, 마이클 조던과 타이거 우즈
다른 것을 생각하라(Think different): 애플. 아인슈타인, 존 레넌, MLK, 무하마드 알리, 로자 파크스, 간디, 앨프리드 히치콕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