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의 진실

마이클 루이스, 《빅 숏》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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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의 금융위기 다룬 책들은 많다. 아니 많을 것이다(나는 몇 권밖에 읽지를 못했으니...). 아마도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금융학적으로 분석하는 책도 있을 것이고,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월가의 탐욕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는 책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는 그러한 위기 속에서 돈을 잃은 사람들을 중점적으로 분석하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적어도 나는 그런 책들만 읽었고, 그런 글들만 접했고, TV에서도 그랬다.


그런데 그 금융위기 속에서 돈을 번 사람은 없을까? 당연히 있을 터였다. 그런데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지 않나?


《라이어스 포커》에서 1980년대 미국 월가에서 뛰쳐나오면 그 실상을 폭로한 마이클 루이스는 20년도 더 지나 금융위기에 관한 책을 썼다. 그게 《빅 숏》이다. 바로 금융위기를 예견하고, 그것으로 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을 비웃고, 무시했던 ‘멍청한’ 사람들의 이야기.


금융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빅 숏(Big Short)’의 뜻부터 찾아봐야 했다. ‘숏’(흔히 ‘쇼트’라 쓰더라)은 원래 ‘주식을 판다’는 걸 의미한단다(그렇다면 ‘롱(long)’은 매수를 의미하겠지?). 그게 좀 더 나아가서 ‘공매도’를 의미하는데, 이는 ‘주가 하락에 베팅한다’는 뜻이 된다. ‘빅 숏’은 이 규모가 크다는 의미다. 바로 마이클 루이스가 다룬 몇 명의 인물이 바로 이 빅 숏을 통해 금융위기 와중에 커다란 돈을 벌었다.

많이 알 듯이(이젠 많이 잊혀졌나?) 2008년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내가 아주 간단하게 이해하는 바로는 신용등급이 매우 낮은 사람들에게 주택담보대출을 하고, 이 대출을 모아서 하나의 금융상품으로 만들어 신용도를 높게 만들어 다시 되파는 수법으로 미국 월가는 많은 돈을 벌어 들었다. 대출을 받은 사람이 이자 상환을 하지 못하면 무너지는 구조였지만, 여기에 관여한 사람들은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상환하지 못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면 대출에 대출을 더 얹었다. 신용평가회사도 이를 무시했고, 미국 재무부는 잘 몰랐다.


이 상황을 꿰뚫어본 이들이 있었다. 오래전부터 서브프라임 대출회사의 허상을 폭로하는 보고서를 냈던 헤지펀드 매니저 스티브 아이스먼, 신경과 의사 출신으로 채권 시장에 뛰어든 야스퍼거 증후군의 괴짜 펀드매니저 마이클 베리, 도이체방크의 그렉 리프만, 그리고 벤 호켓, 찰리, 제이미와 같은 콘월캐피털의 젊은이들 등 몇 명에 불과한 이들은 신용부도스왑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예언했다. 신용부도스왑이란 일정 비율의 비용을 내면서 펀드가 무너지면 이에 대한 보상을 받는 시스템이라고 한다(이런 게 있는 줄로 몰랐다). 그러니까 그들은 이 시스템이 붕괴되어야 돈을 버는 데 판돈을 건 거였다.


결국 그들이 옳았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재앙 속에서 그들은 정말 많은 돈을 벌었다. 씁쓸한 것은 그게 과연 옳은 일이었냐 하는 것이다. 시장의 붕괴에 단돈을 걸어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 그런데 더 씁쓸한 것은 그 반대편. 멍청하고 부도덕했던 쪽, 주요 은행과 보험회사들의 고위 경영진들 역시 돈을 잃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막대한 돈을 챙겼다는 점이다. 몇몇 기업(이를테면 베어스턴스나 리먼브라더스 등)은 사라졌지만, 다른 기업(AIG 등)은 어마어마한 구제금융을 통해 살아났고, 또 경영진은 막대한 보수를 받는다.

그래서 마이클 루이스는 과거 살로먼브라더스의 CEO였던 존 굿프랜드와 점심식사를 하는 장면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굿프랜드는 “당신의 망할 책[《라이어스 포커》] 때문에 내가 쌓아 올린 경력이 몽땅 무너졌습니다. 당신은 그 덕분에 경력을 얻었고 말입니다.”라고 했고, 투자가들과 은행가들의 탐욕이 금융 위기의 원인이라고 했다).


“내 의견은 그보다 훨씬 복잡했다. 월가에서 탐욕은 당연한 것이었고, 심지어는 의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문제는 탐욕을 부추기는 인센티브 시스템이었다.”


이 책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마이클 루이스의 책은 분명 소설이 아닌데도, 소설처럼 읽히는 매력이 있다. 희한한 일이기도 하다). 그 영화가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그렸는지 궁금하다. 끔찍할까? 씁쓸할까? 무서울까? 혹은 재미있을까? 난 책을 읽으면서는 이 감정을 모두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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