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균호, 《현직 중학교 선생님이 직접 고른 청소년 교양만화 30》
솔직한 얘기부터 하자면, 나는 이 책의 제목과 표지만 보고는 상당히 오해했다. 우선 오해 중에 가장 큰 것은 내용이 주로 만화로 되어 있을 것이란 거였고, 다음은 내용도 상당히 쉽고 간략할 거란 거였다.
사실 첫 번째 오해는 내가 제목을 제대로 일지 않은 데서 온 거였다. 이 책이 ‘교양만화’라는 게 아니라, ‘직접 고른’ 교양만화인데 말이다. 그러니까 교양만화에 대한 책이지, 교양만화 그 자체는 아니란 얘기다.
두 번째 오해는, 나의 편견에 짙게 배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중학교’(이것도 실은 ‘중학생’이 아니라 ‘중학교 선생님’인데...) 수준이라는 게 도대체 어떻게 봐야할 지에 대한 문제인데, 실은 우리의 교양서적이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내가 잘못 읽어서 ‘중학생’이라고 봤다 하더라도 이 책의 수준을 낮춰 무시할 만한 근거는 없단 얘기다.
이렇게 오해를 스스로 풀다 보니, 이 책에 대한 얘기를 얼추 해버린 셈이 되었다. 그러니까, 중학생이라 아니라 중학교 선생님이 골라서 소개해주는 교양만화에 대한 책이고, 그 수준은 내가 애초에 생각했던 던 것보다 꽤 높다. 또 하나 내가 했던 오해가 있다면 그림이 많을 것이란 거였는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 물론 각 챕터마다 그림은 있기도 하고, 없는 경우도 경우도 있지만 그림이 중심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다시한번 이 책은 교양만화에 대한 책이지, 교양만화가 아니다.
그러면 어떤 교양만화를 소개하고 있을까? 30권의 교양만화를 네 파트로 나누고 있다. 인문, 예술, 사회, 과학. 이렇게. 외국의 만화가, 혹은 작가가 그리고 쓴 것들이 많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작가가 쓰고 그린 작품도 적지 않다. 어떤 흐름이나 인물을 소개하는 책도 있지만, 그 자체로 작품인 책도 있다. 흐름이나 인물, 사조 등을 소개하는 책은 보통은 쉬운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자체로 작품인 책은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이를테면, 《쥐》, 《팔레스타인》 같은 작품들).
다시 솔직한 얘기를 하자면, 나는 만화책을 즐겨 보지 않기에, 그리고 따로 챙겨보지도 않기에 여기에 소개한 교양만화 가운데는 《쥐》와 《게놈 익스프레스》 말고는 접한 게 없다. 그런데 곰곰이 따지고 다시 찾아보니 무척이나 감동을 받거나 많은 것을 배운 만화책들이 없지 않았다. 《자두 치킨》이 그랬고, 《페르세폴리스》가 그랬다. 《만화로 보는 비디오 게임의 역사》도 기억이 나고, 토박의 《우리가 사랑한 영화의 탄생》이나, 키두니스트의 《고전 리뷰툰》들도 무척 도움이 됐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후지모토 타츠키의 《룩백》은 감동적이었고, 《어느 책중독자의 고백》을 읽고는 만화 컷을 자제했으면 하는 독백을 남기긴 했지만, 어쨌든 만화가 많이 들어 있었다. 그러고보니, 나도 만화를 의도적으로 멀리하진 않았었구나.
어찌 되었든 이 책의 최대 강점은 나 같은 나이 든 사람도, 문자에 중독인 사람도 잘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강점은 그저 책에 대한 설명에 그치지 않기에, 이 책 자체로 교양이 된다는 점이다. 책의 주요 내용과 함께 박균호 선생이 느낀 것들이 곁들여 지면서 스스로 하나의 독립적인 책으로 완성되어 있다. 그래서, 사실은 굳이 소개한 교양만화를 찾아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각 챕터마다 덧붙여진 TMI라든가, 영상에 관한 정보(QR 코드로)들은 이 책의 범위와 깊이를 한참 늘려 놓고 있다.
만화로 가는 징검다리로 봐도 좋고, 이 자체로 교양만화의 내용을 이해해도 좋고, 혹은 더 깊은 공부를 위한 디딤돌로 삼아도 좋고.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