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기회에 관하여

스티븐 그린블랫‧애덤 필립스, 《셰익스피어와 프로이트》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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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쁜 극작가가 자신의 풍성한 내면세계를 아내와 공유했다는 증거는 없으며, 아들딸의 삶에 관여했다는 증거 또한 없고, 가족 중 누구라도 어느 수준 이상으로 글을 읽거나 쓸 수 있었다는 증거도 없다.”

“스트랫퍼드의 헨리 스트리트에 살던 가족들과 런던의 실버 스트리트에 세 들어 살던 시인 사이에는 이을 수 없는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기작가들은 셰익스피어가 1596년에 열한 살짜리 아들 햄닛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가 추정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1610년경 여전히 엄청나게 창의적이고 자신의 영역 모든 분야에 관여하고 있었던 마흔여섯 살의 셰익스피어가 런던을 떠나 스트랫퍼드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것은 더 충격적이다.”

“우리가 아는 건 1610년에 셰익스피어가 깊은 상처를 주었기에 돌이킬 수 없이 상실했다고 믿었던 아내와 딸을 되찾은 마흔여섯 살 남자에 대한 희곡을 쓰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그 희곡은 《겨울 이야기》였다.

고대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한 희곡. 레온테스는 어처구니 없는 의심으로 말미암아 비극으로 구렁텅이로 떨어지지만, 그런 비극 이후 십여 년 후 ‘두 번째 기회’를 잡아 행복해졌다는 희곡. 스티븐 그린블랫은 셰익스피어가 이전에 썼던 다른 비극(《리어왕》이나 《오셀로》 등)과는 달리 레온테스에게만은 두 번째 기회를 통해 상황을 돌이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건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암시를 한다.


너무 많이 기대를 했던 탓일까?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에 스티븐 그린블랫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사서 읽지 않을 도리는 없었다. 좀 과정을 하면 《1417년, 근대의 탄생》으로 나는 독서에 눈을 떴고, 근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줄 알게 되었다. 《세계를 향한 의지》를 읽고는 셰익스피어라는 인물의 ‘이중의식’에 대해 배웠다. 《아담과 이브의 모든 것》은 아담과 이브의 신화가 추측에서 어떻게 교조로, 그러니까 사기가 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는 셰익스피어 최고 전문가 아닌가? 그런데 다시 셰익스피어에 관한 책이라니...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애덤 필립스라는 이는 모르지만, 프로이트가 덧붙여져 있다. 프로이트? 그래! 그가 ‘오이디푸스 증후군’이라는 말을 만들었지. 그는 자신의 정신분석을 셰익스피어의 희곡과 많이 관련지었다. 그러니 ‘셰익스피어와 프로이트’는 정말 필연적인 조합이렸다!


그런데 이 책은 셰익스피어와 프로이트에 관한 책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그 작가들의(애덤 필립스는 프로이트를 분명히 작가라고 하고 있다) 천착했던 것들 가운데 한 가지 ‘두 번째 기회’에 집중하고 있다.


두 번째 기회에 대해선 여러 방식으로 정의하고 있고, 그것이 필연성, 혹은 불가피성, 가치 등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리 어려운 개념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실수하거나 잘못할 수 있는데, 이후 그것을 만회할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바로 그 만회할 기회가 ‘두 번째 기회’다. 누구나 그 두 번째 기회를 잘 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아니 그런 두 번째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두 번째 기회에 대한 인식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사실 이런, 거의 뻔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이 책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분석하고, 프로이트의 분석을 언급하고 있다. 거의 반복되고, 또 반복되고, 변주되는 이야기를 읽는 데 좀 지쳤다.


다만 한 가지 앞의 셰익스피어의 거의 마지막 희곡에 대한 이야기는, 출세한 인물이 자신의 잘못을 되돌리고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라 무척 흥미로웠고 심상치 않았다. 셰익스피어의 두 번째 기회는 레온테스와는 달리 행복으로 끝난 것 같지는 않지만, 또 주변 누구도 그리 인식하지는 않았겠지만, 셰익스피어 스스로는 어느 정도 잘 살렸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전망은 회고에서 온다.” (202쪽)

프로이트, ‘꿈의 낮(dream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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