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학자 최진희

최진희, 《완벽한 때는 오지 않는다》

by ENA
KakaoTalk_20260331_065048256.jpg


“과학에서 완벽한 순간이란 결코 오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가진 지식을 기반으로 작은 변화의 실마리를 만드는 일이다. 비록 불완전하더라도 현재 가능한 수준의 과학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그것이야말로 과학자의 몫일 것이다.” (153쪽)


최진희 교수는 독성학자다. 독성학은 주로 화학물질(독성물질)이 환경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최진희 교수는 환경독성학(생태독성학)에서 인체독성학으로, 실험독성학에서 데이터독성학으로 연구의 주제와 방법을 넓혀가며 연구해 왔다. 연구자로만 머물지 않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통해 국가와 사회에 답을 제시하고, 정책을 제안해온 실천적 과학자다. 그 삽십 여년에 걸친 여정을 책에 담았다.


이 개인적인 여정은 중요한 사회적 문제와 함께 했다. 가습기살균제,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과 같은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킨 문제가 등장한다. 실험실에서 세포와 동물을 가지고 연구하는 데서 AI를 활용한 연구로의 전환과 같은 연구 방법론적인 문제도 있다. 또한 동물실험에 관한 문제점, 독성 물질에 관한 여러 제재에 대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반응 등에 대한 정책적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독성학을 ‘Chemico-Bio Interactions’라고, 즉 ‘나와 세상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한 것처럼, 단순한 한 연구자의 연구 감상을 넘어서 사회와 호흡하는 과학자의 숙명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책 제목에 아이디어를 주었고, 내가 앞에 인용하기도 한 대목은 인상 깊었다. 평소 나의 생각과도 아주 일치하지만 명확한 말로는 잘 표현 못했던 것이기도 했다. 과학은 최고가 아니라 최선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 불완전하지만 그것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기 위해서는 용기와 과감함도 필요하고, 겸손함도 필요하다. 과학자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책에 적힌 최진희 교수의 행보는, 스스로 애초부터 어떤 길을 그려온 것이 아니었지만, 과학자가 걸어올 수 있는 최선의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책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과학자가 자신의 과학의 길을, 그 과학이 어떻게 사회적 요구에 응답했는지를 직접 목소리를 들려주는 책 말이다. 조금씩 나오고는 있지만,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과학자의 길은 자부심으로 보상받는다. 그 자부심을 세워줄 때, 스스로 세울 때 훌륭한 과학자가 많이 나온다.


책에서 좀 아쉬운 점 한 가지만 꼽는다. 연구의 내용이나 사회적 상황들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써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책은 두꺼워지고, 책에 접근하는 독자가 줄어들까 걱정했을 터이나, 사실 정말 책 읽는 사람은 어느 정도의 책 두께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제고 더 상세한 연구 이야기, 사회의 요구에 응답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두 번째 기회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