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A Oct 18. 2020

나사렛 사람 예수, 그의 죽음에 관하여

빌 오라일리 ‧ 마틴 두가드, 《예수는 왜 죽었는가: 신화가 아닌 역사》

나는 종교가 없지만 예수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지 않다로마제국 변방 속주에서 아마 큰 관심도 받지 못하고 죽어간 한 사내가 전 세계를 지배하는 종교를 만든 인물이 되었다죽을 때까지 유대 사회에서도 전혀 주류가 되지 못했던 한 사내의 죽음이 인류의 전 역사를 통틀어서도 가장 중요한 사건이 되었는데 관심을 갖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는 어떤 인물이었을까종교에서 말하는 예수가 아니라 역사가 말하는 예수는 어떤 이일까?

 

빌 오라일리와 마틴 두가드는 예수가 역사 속에서 어떤 삶을 살다 갔는지 객관적으로 이야기해주기에 적합할 수도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우선 그들은한 명은 언론인이고또 한 명은 역사저술가인데킬링 링컨킬링 케네디》 드으이 작업을 함께 한 콤비다(이 책의 원제도 Killing Jesus). 하지만 그들은 천주교 신자다말하자면 종교인과 역사가로서의 아이덴티티가 섞여 있는 셈이다책에서도 그런 면이 엿보인다역사 속의 인물로서 예수를 이야기하지만종교에서 얘기하는 예수를 완전히 배제하지도 못한다가장 중요한 예로예수가 행했다고 하는 여러 기적에 대해 언급은 하지만 심각하게 서술하거나 감탄하지는 않는 것이다그리고 부활에 대해서도 그렇다예수의 죽음으로 본문을 마쳐 버리고부활을 전해지는 얘기처럼 슬쩍 처리한다실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사안이지만종교도 무시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일종의 타협이지만그래도 역사저술가로서의 정체성이 우성이었던 걸로 보인다.

 

예수의 행적은 신약 중에서도 <마태복음>, <누가복음>, <마가복음>, <요한복음>에 전한다그러나 네 복음서는 역사 기록이 아니고예수 사후 바로 기록된 것도 아니며또 원래 저작 형태로 전해지는 것도 아니다또한 복음서 사이에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많다(고 한다). 그래도 빌 오라일리와 마틴 두가드는 이 네 복음서를 기초로 예수의 삶과특히 죽음을 재구성했다물론 당대의 생활상과 정치 상황은 다른 자료를 참고했을 것이다이를 통해 예수의 죽음이 일치적으로는 당시 유대 사회의 종교적 상황즉 질시와 증오에 의한 것이며여기에 로마의 폭력(적 성향)이 더해진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다물론 자신에게 가해진 폭력과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인 나사렛 사람 예수 역시 초점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이 책을 읽으며 예수의 죽음에 얽힌 세부적인 내용을 알게 되는 것은 소득이지만그의 삶과 죽음 즈음의 그 사회에 대해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것이 더 크게 얻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막막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