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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Nov 04. 2020

"최후의 지식인, 수전 손택"

다니엘 슈라이버, 《수전 손택: 영혼과 매혹》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 “미국 문단의 다크 레이디”, “최후의 지식인”, “뉴욕 지성계의 여왕”. 모두 수전 손택을 일컫는 표현들이다그녀가 2004년 12월 28일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 <뉴욕 타임스>는 여왕이 영면하다라는 제목으로 부고를 냈다그녀는 다니엘 슈라이버의 책 제목처럼 20세기 지식인 가운데 가장 매혹적인 인물이다.

 

수전 손택이 어떤 인물이었는가는 한 마디로 말하기기 쉽지 않다저자가 서문에 쓰고 있듯이 수전 손택은 아방가르드 비평가이자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운동가정치적 급진주의자스웨덴에서 진지하게 활동했던 영화감독세월을 거스르는 젊음을 간직한 지식인낭만적 예술가들에게 이끌렸던 소설가였다.” 이렇게 길게 써야 그녀의 찬란하고 매혹적인 생애를 겨우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다니엘 슈라이버는 한 천재 소녀가 틀을 부수고 세상을 향해 돌진하여별안간 틀을 부수고 별안간 선포되었던” 한 지성인의 삶을 연대순으로 쫓고 있다수전 손택이 모든 면에서 일관된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다자신의 생각과 태도말을 바꾸었으며어느 한 분야에 오랫동안 집중하지도 못했다자기애가 강해 자신에 관해 이상화하여 말하기 일쑤였으며(자신에 대한 신화화), 자신에 대한 공격에 참지 못했다그럼에도 그녀는 사랑스러웠으며날카로웠다신랄하고 오만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설렘을 선사했다.

 

이 평전(이 평전은 수전 손택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한다이게 첫 번째 책이고두 번째 책인 벤저민 모서의 수전 손택삶과 일 Sontag: Her Life and Work은 2020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고 한다)에서 읽을 수 있는 수전 손택의 성공의 기점들은 명확하다우선 앞에서 언급했듯 별안간 선포되었던 수전 손택을 만들어준 해석에 반대한다》 (1966)가 있다여기서 그녀는 텍스트에 숨겨진 진정한 의미를 찾는다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를 지적하며 기존의 비평 관행을 비판했다(“해석이란 지식인이 예술작품에 가하는 복수”). 그녀는 1960년대 하위 문화에서 가져온 캠프라는 개념을 통해 소비문화와 오락물로 가득찬 미국 대중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하였다.

 

연극을 연출하고영화 감독으로 활동하고소설을 집필하고(그녀는 스스로 소설가라고 했다), 사회운동가로서 활동하던 그녀에게 암이 찾아온다그리고 그 경험은 은유로서의 질병이라는 책으로 나온다여기서 그녀는 질병을 은유라는 개념 속에 가둠으로써 사람들을 좌절케 하는 상황에 대해 썼다많은 투병기를 뛰어넘는 일종의 질병문화사였다그녀는 암을 이겨냈고(10%의 확률이었다고 회고한다), 총성이 빗발치는 사라예보에서 사무엘 베키트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출한다(역시 찬반이 격렬했다). 그녀의 생전 마지막 책은 타인의 고통이었다젊은 시절의 사진에 관하여과 같이 사진에 대해 쓰고 있지만더 중요하게는 그런 (전쟁)사진을 통한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죽는 순간까지도 죽음을 거부하며 몸부림쳤지만결국 그녀는 뜨거웠던 삶을 마쳤다우리나라에 그녀가 소개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그가 생을 마친지 이제 15년이 지난 시점에 그녀의 관한 평전을 읽으며또 그녀의 책을 읽으며 오히려 더 현재적이 되는 그녀를 생각하게 된다.

 

다니엘 슈라이버는 20세기 찬사도 비판도 격렬했던 한 지식인의 삶의 궤적을 보여주고 있다찬사만 넘치지 않는다냉철하고 신랄하다오히려 야박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그러나 그럼에도 매력을 품어내는 게 바로 수전 손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세기 문단에서 가장 찬양받는 그러나 동시에 가장 평가가 엇갈리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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