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A Nov 05. 2020

수전 손택, "나는 죽음을 거부한다"

케이티 로이프, 《바이올렛 아워》

수전 손택 평전 다니엘 슈라이버의 수전 손택영혼과 매혹은 수전 손택의 죽음으로 끝난다당연한 것 같지만대부분의 평전은 그렇지 않다죽은 후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는 있게 마련인데여긴 그렇지 않다그렇게 수전 손택의 죽음으로 끝낸 책을 가만히 보다 문득 수전 손택의 죽음을 다룬 책을 읽었었단 기억이 났다바로 케이프 로이프의 바이올렛 아워.

 

수전 손택을 포함한 다섯 명의 죽음을 기록한 책이다그런데 이 책을 처음 읽을 당시 나는 수전 손택에 대해서 이름만 알고 있었다그러니 그의 죽음에 관해 별 달리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다만 손택의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만은 사실이었다몇 달 후 은유로서의 질병을 읽었다그 책을 먼저 택한 이유도 아마 손택의 죽음부터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손택은 두 번이나 암을 이겨냈다. 1974년 40대 초반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았었고, 1998년에는 자궁암 진단을 받았다그때마다 악착같은 삶의 희망으로 공격적인 치료를 시도했고 결국 이겨냈다그러나 2004년 세 번째 찾아온 암이번에는 아마도 이전 암을 치료하기 위해 썼던 방사선이 원인이 되었을 혈액암즉 백혈병이었고일흔이 넘은 나이에 그것마저 이겨낼 수는 없었다케이티 로이프의 수전 손택영혼과 매혹의 2장은 바로 그 수전 손택의 마지막을 기록하고 있다.

 

무심히 넘겼을 2장의 제목은 나는 죽음을 거부한다이다그리고 결코 죽지 않겠다고 결심하고그 결심을 꿋꿋하게 실천하며 끝까지 죽음에 대항한 사람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더 이상 손택이 죽음에 대해 가졌던 태도를 달리 말할 수 없을 것 같은 표현들이다죽음은 분명 운명이고손택 역시 그 운명을 끝까지 거부할 수는 없었지만그러나 그 운명을 결코 고분고분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그에게 삶의 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오로지 삶 자체가 중요했으며 그러므로 살아야 했다.

 

살아있는 내내 자신에 관한 신화에 열중했던 그가 그렇게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어쩌면 그 신화를 완성하기 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그렇다면 죽음을 완벽하게 이겨 냈다는 신화죽음이란 역경을 이겨 내고 살아남았다는 신화는 그녀가 그때까지 만들어 낸 최고의 거짓말이 아니었을까?, 113). 그래서 그에게는 환상이 필요했다지고 있지만 결코 지고 있지 않다는(절대 죽음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두 번은 승리했지만마지막은 승리할 수 없었던.

 

죽음 앞에서 손택은 평범해지려 하지 않았다하지만 누구도 죽음이라는 운명 앞에서는 똑같다손택도 마찬가지였다.

손택은 결코 평범하게 전락하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하고 맹세했지만어쩔 수 없이 평범한 사람으로 변하고 말았다.”




작가의 이전글 "최후의 지식인, 수전 손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