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레비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는 표현을 쓸 때가 간혹, 아니 자주 있다. 그런데 그게 다 상상했던 것들이다. 들고 다니는 전화도 그렇고, 무인자동차도 그렇고, 신용카드도 그렇고, 복제기술도 그렇고, 생체공학도 그렇다. 쥘 베른이나 H.G. 웰스 같은 작가들은 이미 19세기에 잠수함을 상상했고, 달나라 여행을 상상했다. 그밖에도 많은 SF 작가들은 과학적으로 근거를 갖고 있었든, 아니면 단순한 상상 만으로든 많은 것을 상상했고, 많은 것들이 현실이 되었다.
사실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고안하고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그것에 대한 상상이 필요하다. 그게 없다면 늘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인류는 끊임없이 상상해왔고,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왔다. 특히 현대에 들어서는 더욱 그렇다. 어쩌면 터무니없어 보이는 상상은 더욱 혁명적인 현실이 되었다. 차라리 그렇게 상상한 것 중 현실이 되지 않은 것을 찾기기 힘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조엘 레비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은 바로 어떤 상상이 어떤 현실이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상상과 현실의 관계를 탐구할 때 현실적으로는 현실이 존재하고, 그 현실을 예감한, 혹은 기획한 상상이 있었는지를 찾아갈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나중에 찾아봤더니 그런 걸 상상한 사람이 있었다는 식의 얘기가 되고, 또 그런 상상이 혁명적인 현실을 만들어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한 경우도 많을 수 있다. 예를 들어 X선 같은 경우에 뢴트겐이 루트비히 호프의 동화 《일렉트라: 20세기 신체 진단 이야기》를 읽고 감화 받아 연구를 열심히 해서 발견한 것은 아니다. 이 경우 새롭게 혁신적인 발명을 이미 예감한 이가 있었다는 놀라움이 주된 반응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잠수함이라든가, 탱크 같은 것들이 그렇다. 현실이 존재하고 그것의 원형을 누가 예상했는지보다 오히려 그것을 상상했던 사람이 있었고, 그 상상에 기반을 두고 개발하고 발명한 사례들도 없지 않아 있다는 얘기다. 이런 경우엔 상상이 현실로 이어지는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상상과 현실의 시간적 거리가 굉장히 먼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없지 않아 있다. 휴대용 단말기와 같은 경우엔 그것을 상상한 ‘스타트렉’이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실제로 우리 앞에 현실이 된 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삼성이 애플과의 소송에서 이것을 인용하고 있다는 내용은 흥미롭다). 이런 경우는 사회적인 분위기나 과학적인 수준이 그것을 상상하고, 또 현실화하는 데 무르익은 단계였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꿈꾸어야 한다.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우리에게 미래는 매우 진부하기만 할 것이다. 상상하면 모든 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상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